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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선고일 잡히자 안국역 헌재쪽 출구 폐쇄… 警, 진공화 착수

2일 전국지휘부 화상회의 소집
선고 당일 경비대책 집중 논의
헌재 담장에 철조망 두르고 경계
대형 경찰버스로 도로 진입 차단

尹선고일 잡히자 안국역 헌재쪽 출구 폐쇄… 警, 진공화 착수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발표한 1일 헌재 인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일부 출구가 폐쇄돼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 내리자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출구인 1·2·3·4번 출구를 폐쇄하고, 반대 방향인 5·6번 출구만 이용한다는 내용이다. 관광을 위해 들뜬 표정으로 안국역에 내린 외국인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안국역에 경찰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폐쇄된 출구에 출입 금지선을 쳐놓고 시민들에게 다른 출구를 안내했다. 지하철 밖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특정 출입구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뒤엉킨 탓이다.

헌재가 오는 4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기일을 발표하면서 1일 헌재 주변은 또다시 탄핵 찬반 대결이 격화되고 있다. 경찰은 경력을 곳곳에 배치하고 헌재 방향 입구를 폐쇄하는 등 일찌감치 대비에 착수했다. 2일엔 전국지휘부 화상회의 소집해 선고일 경비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이날 경찰은 대형 경찰 버스 60여대를 안국역 사거리부터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까지 도로 양측에 배치했다. 버스는 헌재 정문에 특히 집중됐다. 20대의 버스가 헌재 방향 진입을 막았으며, 차량도 통제됐다. 인도는 펜스가 설치됐다.

헌재 정문뿐만 아니라 측면과 경내에도 경계는 삼엄했다. 담장에는 철조망이 올라가 있고, 경찰도 곳곳에 서 있었다. 현재 탄핵 찬반집회가 24시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고일 이전에 찬반 집회 참석자가 경찰 작전 구역으로 미리 진입할 경우 이들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헌재 주변의 좁혀진 인도는 집회 참석자와 주민, 관광이 뒤엉키면서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헌재 옆 북촌 한옥마을은 주요 관광지다. 이날도 다수의 관광객이 어렵게 북촌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신호등 대신 교통통제에 나섰고, 탄핵 찬반 세력은 '탄핵 인용'과 '기각'을 각각 외쳤다.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외국인들은 집회 참석자를 휴대전화 등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비상계엄 선포 후 122일 만에 이뤄지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왕모씨(76)는 "어떤 결정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언제 선고가 날지도 몰라 답답함이 두 배로 크다"고 토로했다. 탄핵 찬성 집회 참석자 박모씨(56)는 "작년 12월에는 지인 다섯 명이 함께 집회에 나간 적도 있는데 (지난 29일에는) 나 빼고 한 명만 같이 왔다. 다들 헌재 판결을 기다리다가 지쳤다"고 전했다.


탄핵 찬반 단체들이 총력 집회를 예고하면서 선고일은 수십만명이 헌재와 광화문, 여의도 등에 집결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광훈 목사를 주축으로 한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와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등 찬반 단체는 지지자들에게 집회 참가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가 변론 종결 이후 2주 안에 이뤄진 것과 달리, 변론 종결 이후 한 달 넘게 나오지 않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며 "헌재가 선고를 늦게 할 경우 법관들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 대통령의 방어권 침해 논란 등 변론을 빨리 종결함으로써 발생한 여러 논란의 의혹을 키울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서지윤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