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주상복합·다세대 빌라 등
최근 3년 화재 발생 건수 증가세
복도·계단 통해 불씨·연기 확산돼
단독주택보다 인명·재산 피해 커
지난 2023년 12월 25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발생한 화재로 그을음이 생겨있다. 뉴시스
서울북부지법 제1-2형사부(원정숙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중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70대 김모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금고 5년을 유지했다. 김씨는 2년 전인 2023년 성탄절 오전 도봉구 방학동의 23층짜리 아파트 3층 거주지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을 내 같은 아파트 주민 3명을 숨지게 하고 26명이 중경상을 입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생명을 잃었고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 남은 삶에서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입었다"고 질책했다.
대형 산불에 이어 아파트와 주상복합,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의 화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동주택에서 불이 나면 일반 주택보다 인명·재산 피해가 통상적으로 더 크지만, 발생 건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일 소방청에 따르면 공동주택 화재는 2020년 4719건에서 2021년 4399건으로 감소했으나, 2022년 4577건, 2023년 4869건, 2024년 4983건 등 다시 증가하고 있다. 전체 화재 건수가 2020년 3만 3859건에서 2021년 3만 6267건, 2022년 4만 113건, 2023년 3만 8857건, 2024년 3만 7614건 등으로 2022년을 제외하면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과 대조된다.
공동주택 화재의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역시 산불처럼 발화자의 부주의였다. 최근 5년(2020~2024) 동안 발생한 공동주택 화재 2만 3547건 중 이런 문제가 1만 2016건으로 전체의 51.0%를 차지했다. 이어 전기적 문제가 29.6%(6972건), 원인 불명확 6.9%(1646건), 기계적 문제 5.3%(1249건), 방화 3.1%(739건) 등으로 집계됐다.
공동주택은 벽과 천장이 서로 연결된 구조가 많아 불의 확산 속도가 빠르다. 이로 인해 한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옆 세대나 상·하층으로도 쉽게 확산된다. 공용 복도와 계단 때문에 연기 피해도 상당하다. 통상 밀집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수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방학동 공동주택 화재가 이런 사례다.
소방당국은 지난해 1월 '공동주택의 화재안전성능기준(NFPC 608)'을 시행해 공동주택 화재 예방·대응시설의 설치를 규격화했다. 소화전, 스프링클러 등 소방 시설의 설치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 골자다. 또 '공동주택 화재안전대책' 등을 추진해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의 행동 요령 등을 홍보한다.
그러나 이 같은 소방당국의 노력도 한계가 있다. 당장 NFPC 608은 시행 이전에 사용 허가가 난 건축물에는 적용할 수 없을뿐더러 '공동주택 화재안전대책'은 어디까지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의 행동 요령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방당국의 정해진 예산으로 대응이 쉽지 않고, 공동주택 건물주 인식 개선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대학과 교수는 "새로운 소방 규정이 만들어져도 소급 적용이 안 되다 보니 사회적으로 이미 지적되고 문제시된 화재 원인이 공동주택 화재에서 다시금 대형 인명·재산상 피해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제1차적으로 돈이 드는 문제다 보니 건물주들이 안 하려고 하는데, 지자체 등 정부가 이를 해결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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