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트럼프 스톰' 덮친 경제… 수출·물가·환율 비상 [트럼프 '관세 폭탄' 초읽기]

美 3일 상호관세 발표
관세 전인데도 1분기 수출 감소
고환율 속 물가 석달째 2%대 상승
올 0%대 성장 전망까지 나왔는데
정치불안에 경제 대응은 '공백'

미국발 관세전쟁이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가 수출 감소, 물가 상승, 환율 불안이라는 겹악재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1·4분기 수출은 관세전쟁이 본격화되기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감소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한때 1500원대에 근접했다. 고환율이 수입원자재 가격 등에 반영되면서 가공식품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도 갈수록 낮아져 0%대 전망치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통화·재정정책 공조가 시급하지만 정치불안 등으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했다. 3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2%대 초반 물가는 수치상으로는 높지 않지만, 고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표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고환율이 수입원자재 가격에 반영되면서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본격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이제 시작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는 상대국의 보복관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유럽연합(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을 선호하지만, 필요하다면 강력히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상호관세와 보복관세가 반복되면 글로벌 차원의 인플레이션 우려도 더욱 커진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최악의 경제환경에 직면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8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9%보다 훨씬 높다. 수출 비중만 놓고 봐도 GDP 대비 35.7%에 달한다. 미국은 중국에 이은 한국의 2위 수출국이다.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미국의 대중국 고관세는 우리 기업이 양대 시장 모두에서 타격을 입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3일부터 부과되는 미국의 수입 상용차에 대한 25% 관세만으로도 한국 경제에 하방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4년 기준 한국 자동차 수출의 49%가 미국으로 향한다"며 "부품 등을 포함할 경우 관세 부과가 한국 GDP에 미치는 영향은 -0.12%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수출 불안과 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 둔화는 경제 전반에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한국의 2024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8%p 낮춘 1.2%로 하향 조정했다. 관세전쟁과 성장 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으며, 조정 폭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컸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9%로 낮췄다.

경제의 대외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원·달러 환율 역시 급변하는 통상환경과 정치불안이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470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2일 기준으로도 1466.6원에 마감됐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고환율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은 향후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이보미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