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더 강화된 개정안 추진" 몽니
금감원장 "직 걸고 거부권 반대"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의자를 당겨주고 있다. 오른쪽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 원장은 지난 2일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자 더불어민주당이 더 강화된 법안을 발의하겠다며 한술 더 뜨고 나섰다. 주주 충실 의무와 전자주총을 의무화하는 조항 외에도 집중투표제나 독립이사제 도입 등을 법안에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누가 이기나 보자'는 오기 정치로밖에 볼 수 없는 민주당의 현재 모습이다. 재의에 부쳐진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경영을 더 어렵게 할 수 있어 재계의 반발이 심했고, 경제도 어려운 마당이라 한 대행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법안이었다. 재발의하더라도 더 깊은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무리한 입법권 행사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던 법안은 상법 개정안뿐이 아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인 법안이다. 거부권을 행사할 줄 뻔히 알면서도 밀어붙이고 재발의를 거듭했다. 자신들의 선명성을 과시하면서 의정사에 기록으로 남기려는 게 민주당의 목적임이 분명하다.
민주당의 무리한 입법권 행사와 줄탄핵은 결과적으로 비상계엄을 부르고, 나라를 이 지경에 빠뜨리고 말았다. 이를 아는 듯 모르는 듯 민주당은 찬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법 개정안을 더 강화해서 재발의하겠다고 나서며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무릇 정치는 이렇게 막무가내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자가 많을수록 입법권자가 여론수렴과 타협의 과정을 거쳐 더 신중하게 제·개정해야 하는 것이 법이다. 경영의 세계에는 기업만 있는 것도 아니고 주주가 전부도 아니다. 주주의 권한 확대가 필요하겠지만 경영환경을 무시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마치 장난질하듯이 당직자가 법 조항을 말 한마디로 넣겠다 빼겠다 하는 것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이 지금은 정치의 혼돈기이자 과도기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직전의 시점이다. 만약 정권이 교체되면 막말로 민주당 마음대로 해도 제지할 수가 없게 된다.
여당은 여당대로 지리멸렬이다. 현재 행정부의 수장인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도 정책 입안 부처도 아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을 걸고'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겠다고 나섰다. 야당만큼이나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언행이 아닐 수 없다.
"경거망동하지 말라" "짐 싸라"는 핀잔이 쏟아진 것은 그렇다 쳐도 야당으로부터도 비웃음을 사고 있으니 정부로서는 망신살이 보통 뻗친 게 아니다.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은 이 원장을 두둔하기는커녕 "직을 걸겠다는 말의 무게보다는 침몰하고 있는 윤석열호에서 급하게 탈출하려는 모습 같아 개탄스럽다"고 비꼬았다.
당도 당이지만 정부의 주요 당국자가 대오를 이탈해 개인 소신을 이렇게 독불장군처럼 행세하는 것 자체가 가뜩이나 혼란에 빠진 국정을 더 어지럽게 하는 행위임을 똑똑히 알기 바란다.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