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진 경희대 교수가 전하는 '한국이 트럼프에 내놓을 협상 카드'
2년 후 美 중간선거를 주목해야
수입물가 오르고 고용 줄어들어
트럼프 관세노선 지속될지 의문
사진=박범준 기자
관세를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주장했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2일(현지시간) 전 방위적인 관세 부과계획을 공개하면서 한국 무역과 경제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미국 정치 전문가로 유명한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사진)는 트럼프의 변덕스럽고 '마피아'적인 사고구조를 지적하고 한국이 트럼프에게 내밀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 본사에서 파이낸셜뉴스 노동일 주필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의 협상전략에 관해 설명했다. 안 교수는 "트럼프는 동물적 본능과 상황에 따라 럭비공처럼 움직인다"면서 동시에 "마피아 같은 사고방식"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동물적인 권역에서 힘의 관계를 인정한다"면서 이러한 관계 속에서 이상적인 가치를 중시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태도는 무역과 관세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안 교수는 지난달 현대자동차의 미국 투자 발표가 시기상 현대차에 "굉장히 현명했던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가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나 이런 것(경제지표)들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관세로 압박하니 '이렇게 쏟아져 들어오잖아' 하는 강력한 증거를 얻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트럼프가 미국 25대 대통령이었던 윌리엄 매킨리의 관세정책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매킨리 또한 경제불황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지금 미국 경제둔화 지표가 그래서 불길하다"면서 "2년 후 미국 중간선거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를 통해 수입물가가 올라가고 부품업체 등에서 일자리가 줄어들어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언급했다. 안 교수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지금 관세 노선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회의적이다"라고 판단했다.
안 교수는 트럼프가 관세를 올리고 북한과 접촉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미국 등 서구 선진국들의 제조업 공동화를 강조했다. 안 교수는 "한국의 경우 서구 사회처럼 빠른 속도로 금융자본주의 패러다임으로 가지 않았기에 아직 세계적인 제조업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은 이러한 (제조업) 패러다임을 절대로 버리면 안 된다"고 단언했다. 이어 한국이 냉전시대 최후의 전선으로 견실한 방위산업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의 강력한 조선산업 또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과거 미국 정부들이 집권당을 가리지 않고 인공지능(AI) 등 핵심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발전 방향을 잘 설정했다면서 장기적인 계획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에서 "진보 정부든, 보수 정부든 우주나 양자 등 21세기적 산업정책 면에서 대통령실, 기획재정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각각 해야 할 일관적인 이니셔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한국에서 "현황 파악부터 시작해서 전략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념과 상관없이 정권이 바뀌어도 문제의식을 이어 나가야 하는데, 지금 이러한 부분이 너무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안 교수는 최근 한국 정부가 취했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노선과 한미일 밀착 노선 모두 일리 있는 논리지만 "지금은 둘 다 굉장히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2~4년 국제질서는 정글"이라며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여러 세력권과 함께 교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공화주의적 공존·공영의 노선"을 언급하고 한국이 이러한 담론을 세계에 수출하자고 제안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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