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주변 ‘검문 또 검문’
관저 앞도 태극기와 성조기
헌재 주변 반탄 단체 속속 재집결
미리 축제 분위기 찬성 집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지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주변에 탄핵 찬반 집회 참가자들이 밤샘 시위를 한 뒤 은박지를 몸에 두르고 있는 모습.사진=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선고하는 4일 헌법재판소와 대통령 관저는 탄핵 인용과 기각, 각하를 요구하는 집회 참석자들로 아침부터 긴장감이 고조됐다.
■헌재 주변 ‘검문 또 검문’
이날 헌재 인근에는 철저한 통제가 이뤄졌다. 안전사고를 대비해 경찰이 종로구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입구를 모두 폐쇄하면서 헌재 방면으로 출근하는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도보로 이동하는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경찰이 '헌재 주변 150m 진공상태' 작전 전개하면서 이동이 쉽지 않았다. 실제 광화문에서 헌재까지 걸어가는 동안 안국역 1번 출구, 안국역 삼거리 등 모두 네 차례의 검문이 이뤄졌다. 신분증과 목적 등을 말해야지 통과가 가능했다. 헌재 입구에선 신분증과 경찰이 보유하는 출입자 명단을 일일이 대조한 뒤 바리케이드를 열고 출입을 허가했다.
경찰은 헌재 건물을 가운데 두고 경찰 버스로 완전히 차벽을 둘러싼 상태다. 또 곳곳에 경찰 병력을 배치해 만일에 있을지도 모를 월담을 경계했다. 헌재 내부엔 경찰특공대가 배치됐다.
안국역 주변엔 탄핵 찬반 집회 참가자들이 밤샘 집회를 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은박지를 몸에 두르고 몸의 체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탄핵 찬반 단체는 헌재 주변과 광화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각각 집회 신고를 냈다.
경찰은 이날 전국에 기동대 338개 부대 2만여명을 배치하고, 특히 서울 지역에 60%가 넘는 210개 부대 약 1만4000명을 투입해 치안 유지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날 선고 절차는 오전 11시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한 뒤 시작된다. 헌재는 방송사의 생방송과 일반인 방청을 허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4일 오전 지지자들이 관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장유하 기자
■관저 앞도 태극기와 성조기
전광훈 목사를 주축으로 한 자유통일당 등은 오전 10시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서 '탄핵 무효 집회'를 연다. 이들은 전날 밤 광화문 인근에서 철야 집회를 마친 뒤 관저로 집회 장소를 옮겼다. 지지자들은 이곳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생중계를 지켜볼 예정이다.
오전 9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1200명이 모였지만, 이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 집회 신고 인원은 5만명이다.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기 2시간 전인 오전 8시께부터 관저 주변은 집회 참석자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들거나 몸에 두른 채 결연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탄핵심판 생중계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곳곳에서 "탄핵기각", "탄핵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석자들은 '중국인 투표권 박탈하라', '차이나 아웃(OUT)'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고, '부정선거 사형', '사전투표 폐지', '선관위, 대법관 도둑놈들'이 적힌 깃발을 흔들었다.
집회 현장 한쪽에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희망, 윤석열 대통령님 업무 복귀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해당 현수막과 사진을 찍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한 지지자는 "오늘 기각이 5, 인용이 3으로 결국 탄핵은 기각될 것"이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최 측도 참석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자유통일당 관계자는 집회 시작 전 연단에 올라 "경찰과 충돌하거나 욕설을 해선 안 된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달라"고 강조했다.
탄핵 찬성 측도 관저 앞에 모여 헌재에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촛불행동' 집회 참가자 100여명은 오전 7시부터 한남대로 우측 1개 차로를 100m쯤 점거하고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외쳤다. 촛불행동은 이날 오전 10시 관저 인근 일신빌딩 앞에서 2만명이 모이는 집회를 신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탄핵반대 집회에서 경찰 기동대가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2025.4.4 연합뉴스
■헌재 주변 반탄 단체 속속 재집결
오전 8시 10분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북촌로. 불과 사흘 전까지 탄핵 반대 지지자들이 친 천막으로 가득찼던 도보는 시야가 환하다. 아침 풍경은 평화로웠지만 경찰은 헌재 관계자와 언론인 등 일부 관계자를 제외하고 출입을 금지하며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다.
경찰은 이날 헌재 반경 150m를 '진공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 19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을 공격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동 이후 헌재도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경비 수준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경찰은 곳곳에 차단선을 설치하고 출입자들을 일일이 검문했다. 차단선으로 다가가자 경찰관은 누구인지, 어디를 가는지 등을 물었다. 기자증 등을 제시하고 신분을 증명하고서야 차단선을 넘었다. 안국역 사거리에서 헌재 정문까지 3개의 차단선이 쳐져 있었다. 차단선은 행인의 동선이 '갈지(之)'자가 되도록 켜켜이 세워졌다. 차단선에 이르는 순간 보행은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진공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의 고심이 느껴졌다.
오전 8시 20분께 경찰이 갑자기 통행을 통제하기도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탄 검은색 승용차가 헌재 정문을 통과하기 직전이었다. 경찰들은 무선으로 지시를 받고 경비를 강화햇다. 문 권한대행이 탄 승용차는 막힘없이 헌재로 진입했다.
헌재 건물은 문단속이 단단히 이뤄져 있었다. 정문 앞에는 경찰이 설치한 2중의 바리케이드가 쳐졌다. 헌재 민원동의 출입문은 셔터가 내려진 채 굳게 잠겨 있었고, 그 앞으로 경찰이 설치한 구조물들이 접근 자체를 차단했다.
헌재를 기준으로 150m 밖에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탄핵 찬성 집회가 열리고 있다. 안국역 5번 출구에서 매일 집회를 열던 자유통일당의 탄핵 찬성 집회는 현재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4.4 연합뉴스
■미리 축제 분위기 찬성 집회
안국역 6번 출구 근처 탄핵 찬성 집회는 축제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에 맞춰 따라 부르거나, 춤을 추고 손수 제작한 깃발을 흔들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전날부터 밤을 새웠던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추위와 밤샘에 대한 피로감 대신 파면이 다가왔다는 기대감에 생기가 가득했다. 참가자들은 라면과 떡, 샌드위치 등 음식을 나눠먹고 본인이 사용했던 담요 등을 덮어주는 등 온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퇴진비상행동 등은 이날 오전부터 안국역 6번 출구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에 신고된 집회 참석 인원은 10만명으로, 안국역에서 경복궁역 방향 400m의 도로에서 집회 중이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바라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곳곳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대화를 나누고, 추운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커피와 떡 등 음식을 나눠먹기도 했다. 일부 참석자가 얇은 옷을 입고 추위에 떨자, 본인이 덮고 있던 담요를 대신 덮어주기도 했다. 집회 옆과 뒷쪽 부스에서는 어묵과 커피, 라면, 담요 등을 나눠주며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참석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윤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파면을 확신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들고 있는 커피나 음료수 잔을 부딪히며 "오늘 파면은 8대0"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들의 손에는 깃발뿐만 아니라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등의 피켓을 들기도 했다. 집회 뒤쪽에서는 거대한 깃발들을 흔들며 참석자들과 흥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집회 앞쪽에서는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맞춰 하모니카 소리와 떼창이 이어졌다.
참석자들 중 일부는 밤을 새우기도 했다. 경기 안양에서 올라와 전날 밤을 샌 김모씨(25)는 12시간가량 밤을 꼬박 버텼다. 전날 오후 8시에 참석했다는 그는 탄핵 인용을 목격하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씨는 "전날 밤에 많이 춥긴 했지만, 친구랑 같이 있어서 괜찮았다"며 "파면되는 것을 꼭 보고 가고 싶다"고 전했다.
경기 성남에서 올라와 텐트를 치고 하루를 버틴 김모씨(40)도 역사적 현장을 눈으로 목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생에 한번 있을 장면이라 직접 경험하고 싶어 찾아왔다"며 "오늘 새벽 정말 추웠는데 다들 안가시고 버티는 것을 보면서, 다들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오늘 좋은 결과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모씨(49)는 서울 강서구에서 아들과 함께 아침 일찍 참석했다. 고씨는 아들의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왔다고 전했다. 고씨는 "아들이 앞으로 살면서 평생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같이 나왔다"며 "여기 나오신 분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한데, 투표 한 번 잘못해서 모두가 고생하고 있는 것 같다. 평화적으로 잘 끝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외국인들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시위와 집회가 많은 유럽인들이 찬성 집회 근처에 모여 집회 참석자들의 사진을 찍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영국에서 온 폴은 매일 집회에 나와서 사진을 찍고 있다. 폴은 "사람들이 매일 나와 집회를 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고 느껴진다"며 "이들의 모습을 민주주의의 한 장면으로 생각해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 온 한 직장인 A씨는 자국의 노란 조끼 시위대를 비교하며 성숙한 집회 문화에 대해 놀라움을 보였다. A씨는 "폭력도 없고, 음식을 나눠먹으며, 서로 격려하는 집회 모습이 정치적 색깔을 떠나서 정말 아름답다"며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와 비교하면 부끄러워질 정도다. 친구들에게 한국의 집회 모습을 보러 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김동규 장유하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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