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역, "윤석열을 파면한다" 주문에 환호성
'다만세' 따라부르며 축제 분위기도…"승리했다"
한남동·헌재 지지자들 울부짖고 욕설
전광훈 "내일 국민저항권 발동하자"
방독면 쓰고 차벽 내려친 지지자, 현행범 체포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 직후 군복을 입고 방독면을 쓴 한 남성이 방망이를 들고 경찰버스를 내리쳤다. 사진=김동규 기자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 직후 군복을 입고 방독면을 쓴 한 남성이 방망이를 들고 경찰버스를 내리쳤다. 사진=김동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4일 오전 지지자들이 관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4일 오전, 서울 한남동과 헌법재판소 인근에 모인 찬반 양측의 반응은 극명하게 달랐다. 탄핵을 촉구하는 서울 안국역 6번출구 앞 집회는 선고 내내 환호성이 터지고 축제 분위기가 펼쳐졌다. 반면 탄핵 반대 측은 오열하는 등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둔기로 경찰 차벽을 내려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전 11시 22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주문을 선고하자 안국역 서측에 모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집회 참가자들은 서로 얼싸 안고 눈물을 흘렸다. 집회 측은 "우리가 이겼다", "준법자가 승리했다" 등 구호를 연신 외쳤다. 선고를 앞두고는 10초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인용을 기원했고, 선고문을 읽자마자 함성이 터졌다. 선고문을 읽으면서 계엄의 위법성 등을 지적하는 문구가 나올 때도 환호성이 나왔다. 곳곳에서 기도하거나 우는 사람들도 보였다.
선고 직전에는 모두 일어서서 지켜봤다. 선고 이후에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거북이의 '빙고' 등 노래가 흘러나왔고, 참가자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췄다. 원하던 선고 결과가 나오자 집회에서 빠지는 사람들도 보였다. "수고하셨어요", "고생하셨어요" 라고 서로 인사를 건네며 어깨를 두드렸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헌재 앞에 모인 탄핵 반대 지지자들은 선고 결과를 불복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관저 앞 집회 연단에 올라 "전원 일치를 이해할 수 있냐"며 "헌법 위 권위인 국민 저항권이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일 광화문 광장에 모여야 한다고도 호소했다. 전 목사는 "시민단체와 언론계가 국민저항위원회를 만들어 대응하기로 했다"며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 3000만명이 모여 대한민국을 뒤집어 엎자"고 주장했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는 "이 자리에서 헌재 판결을 거부한다"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거부합니다"라고 받아쳤다. 지지자들은 선고가 진행되는 동안 야유와 한숨을 쏟아냈고, 선고 직후에는 오열하거나 욕설을 내뱉었다. "말이 안된다", "문형배 파면" 등 구호도 나왔다.
휴대폰으로 선고 장면을 지켜본 헌재 인근 수은회관 앞 지지자들 역시 찬성 측 집회에서 환호성이 들려오자 욕설을 내뱉고 물건을 던지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12시 기준 관저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1만4000명이 모였다.
선고 직후 폭력을 행사하는 지지자도 일부 있었다. 군복을 입고 방독면을 쓴 한 남성이 방망이를 들고 경찰버스를 내려쳤다. 다행히 주변 시민들이 곧바로 제지해 상황은 마무리됐다. 이 남성은 오전 11시 48분쯤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고 곤봉은 압수당했다. 헌재 쪽으로 세워진 경찰 차벽으로 몰려가는 지지자들도 보였다.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확성기를 든 한 남성은 "우리의 분노를 풀 만큼 풀어야 한다. 우리도 화낼 권리가 있다"고 소리쳤다.
안국역에 모인 탄핵 찬성 측은 12시가 가까워오자 집회를 마무리하고 경복궁 방향으로 행진했다. 시민들은 서로 껴안으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질풍가도', '임을 위한 행진곡', '그대에게' 등 노래에 맞춰 합창했다. '국힘당 해체', '내란당 해체' 등 구호도 나왔다. 금천구에서 온 박성기씨(70)는 울먹이며 "한이 맺혀 있었다. 나라가 맞는지 속상하고 답답했다"며 "가능하면 매주 나왔는데 모두들 고생 많으셨다. 오늘 이 기쁨을 다 만끽하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안국역 6번출구 앞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집회에 모인 지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정경수 기자
서울 안국역 6번출구 앞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집회에 모인 지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정경수 기자
kyu0705@fnnews.com 김동규 장유하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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