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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2·3 비상계엄, 절차적·실체적 요건 모두 위반" [윤 대통령 파면]

탄핵소추 사유 5개 모두 인정
국회 탄핵소추 의결절차 적법
당시 국가비상사태 해당 안돼
국무회의 심의 이뤄지지 않아
軍정치중립·국민 기본권 침해
헌법수호 책무·국민 신임 배반

헌재 "12·3 비상계엄, 절차적·실체적 요건 모두 위반" [윤 대통령 파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있다. 재판관들은 이날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재 "12·3 비상계엄, 절차적·실체적 요건 모두 위반" [윤 대통령 파면]
헌재 "12·3 비상계엄, 절차적·실체적 요건 모두 위반" [윤 대통령 파면]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8인이 만장일치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것은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행위와 그 과정이 파면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야당의 국정운영 방해와 부정선거 의혹도 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봤다.

■탄핵소추 의결 절차 "문제없어"

헌재는 4일 △비상계엄 선포 요건 △포고령 1호 위헌성 △국회 봉쇄 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정치인·법관 등 주요인사 체포 지시 등 국회 측이 주장한 탄핵소추 사유 5가지를 모두 인정했다.

헌재는 본격적인 판단에 앞서 먼저 국회가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를 의결한 절차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번 탄핵소추가 국회법상 부결된 안건을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해왔다. 절차적 적법성이 없기에 사건 판단에 앞서 '각하'해 달라는 취지다. 그러나 헌재는 1차 탄핵소추안이 제418회 정기회기에 불성립된 이후 제419회 임시회기 중 2차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기에 문제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는 고도의 정치행위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탄핵심판 취지 등을 고려하면 그 헌법 및 법률 위반행위를 심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국회가 대통령 지위를 탈취하기 위해 탄핵소추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논리 역시 △당시 의결 과정이 적법했고 △윤 대통령의 법률 위반이 일정 부분 소명됐다는 점에서 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전시·사변 등 계엄요건 안돼…국무회의 심의도 없어

헌재는 이번 탄핵심판의 핵심이 됐던 12·3 비상계엄 선포 및 그 과정이 절차적·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그동안 변론 과정에서 야당의 국정운영 방해와 부정선거 의혹 등을 들며 비상계엄 선포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러한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상황이 계엄 선포 당시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당시 상황이 헌법이 명시한 계엄 선포 요건인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경고성 계엄' '호소형 계엄'이었다는 주장도 계엄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계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무위원에게 취지를 설명한 것 외에 △국무회의 심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고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법률상 절차를 무시한 점도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이 투입된 배경이 '부정선거 의혹'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치적·제도적·사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군경 동원해 국회 침탈 인정…"민주주의 부정"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군경을 동원해 국회를 통제하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사실도 인정됐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의 증언을 받아들인 것이다.

'정치인 체포 지시 의혹'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언도 일부 인정됐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해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했고, 여인형 당시 국군방첩사령관이 홍 전 차장에게 국회의장 및 정당 대표 등의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고 봤다.


헌재는 이러한 행위가 국회의 권한을 정면으로 침해한 것일 뿐 아니라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했다"며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헌재는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며 윤 대통령을 파면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서민지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