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자금시장 변동성 주목
유동성 리스크 실시간 감시
미국의 관세전쟁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등 국내외 정세가 급변하면서 4대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가 4일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국내 경기 둔화와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따라 리스크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시장 유동성 공급 등 필요시 시장 안정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또 금융사에 미치는 영향도를 분석하면서 향후 대처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이날 오후 양종희 회장 주재로 임원 긴급회의를 열고 지주 임원과 전 계열사 전략담당 임원이 포함된 비상대응체계 가동에 나섰다. KB금융은 자금시장 동향과 환율 변동 추이 등 시장동향을 실시간으로 살피는 비상대응반을 주말에도 운영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사업과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신한금융그룹도 이날 오후 진옥동 회장 주재로 그룹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하고,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계열사별로 CEO가 주재하는 회의를 연이어 개최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국내외 정책 영향과 이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외환 및 자금시장 등 유동성 리스크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며 "국내외 거시경제 변동성 심화에 따른 그룹 영향도와 대처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도 이날 탄핵 선고 후 지주사와 주요 관계사 임원들이 그룹 위기상황관리협의회를 열고 리스크 상황 점검에 들어갔다. 전날 하나금융은 새벽부터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따라 경영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총 6조3000억원 규모 긴급 금융지원 계획도 내놨다.
우리금융그룹도 임종룡 회장 주재로 지주 정례회의와 우리은행 내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어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로 했다. NH농협금융은 주말에도 지주 및 자회사 간 비상연락체계를 지속 운영하면서 비상 대응을 할 계획이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장기화된 정국 불안이 해소되면서 은행권은 일부 안도하는 분위기다. 치솟던 원·달러 환율이 하락 조짐을 보이는 데다 정국 불확실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KB국민은행은 이환주 행장 주재로 임원 긴급회의를 열었다. 국민은행은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시장·재무적 리스크 등에 따른 전행 차원의 비상대응체제 확립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각 사업그룹별로 유동성 및 시장리스크 모니터링을 통해 대응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IT·디지털 업무연속성 확보 차원에서 IT비상대응안을 수립해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신한은행도 이날 정상형 행장 주재로 위기관리위원회를 열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계엄령 사태 이후 위기 5단계 중 2단계인 '주의'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완화됐다고 해서 환율의 하락 전환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 탄핵 정국 종료는 단기적으로 국내 정치 리스크 완화로 인식되고 이는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무역 상대국의 보복에 따른 무역 긴장 재점화, 위험통화 회피 심리 강화 등이 향후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으로 재부각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박문수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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