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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트럼프 시위 미국 전역 확산… "머스크도 국정 손떼라"

1200개 지역서 '핸즈 오프' 구호
상호관세發 증시폭락에 거리로
수만명 인파 백악관까지 행진
트럼프는 플로리다 머물며 골프
공무원 해고·보건예산 삭감 등
정부효율부 향해 비난 쏟아내

反트럼프 시위 미국 전역 확산… "머스크도 국정 손떼라"
미국 뉴욕에서 5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얼굴을 나치 독일군 장교와 합성한 사진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증시 폭락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전국적인 반(反)트럼프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대는 트럼프 정부를 비난하면서 정권의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AP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미국 50개주 전역에서는 약 1200곳에 걸쳐 '손을 떼라(Hands Off)'는 구호를 외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이번 시위는 민권 단체, 노동조합, 성소수자 권익 옹호 단체, 퇴역군인 단체 등을 망라하는 약 150개 민간 단체가 주도했으며 무력 충돌이나 체포 소식은 없었다. 수만명의 시위대가 워싱턴DC의 상징물로 백악관에서 1.6km 남짓 거리인 워싱턴기념탑 인근에 모여 행진했으나, 시위 당시 트럼프는 백악관이 아닌 플로리다주 자택에 머무르며 골프를 즐겼다. 이외에도 뉴욕 맨해튼과 알래스카 앵커리지 등 각 주의 주도와 대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위가 목격됐다.

시위대는 트럼프 정부의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 △사회보장국 지역 사무소 폐쇄 △일부 행정기관 사실상 해체 △이민자 강제 추방 △트랜스젠더 보호조치 후퇴 △보건 예산 삭감 등을 비난했다. 동시에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연방 정부 구조조정에 앞장 선 머스크를 비난했다.

미국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의 켈리 로빈슨 대표는 워싱턴DC 내셔널 몰에서 열린 성소수자 보호 폐기정책 항의 집회에서 트럼프와 머스크를 비난했다. 로빈슨은 "지금 트럼프 정부의 공격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이며 감정적이다. 우리의 모든 출판물을 금지하고 에이즈(HIV)예방을 위한 예산도 삭감했으며 이 부문의 의사들, 교사들, 성소수자와 그 가족들까지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주 시애틀에서는 도시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 첨탑 아래에 모인 시위대가 트럼프와 머스크를 겨냥해 "과두정부 물리치자!"는 구호를 외쳤다. 지난달 31일에 25시간 5분 동안 트럼프를 비난하며 미국 상원 역사상 최장 발언 기록을 세운 민주당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주)은 이날 뉴저지주의 한 대학교 행사에서 시민들에게 '행동'을 촉구했다. 그는 "이런 모임은 우리 행동의 끝이 될 수 없다"며 "이것은 미국에서 우리 각자가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하고 묻기 시작하는 순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P는 이번 시위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대규모였다고 진단했다. 주최 측은 시위 참가 등록 인원이 60만명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등 미국이 아닌 해외 도시에서도 트럼프의 무차별 관세 정책을 비난하는 시위가 열렸다.


백악관은 이번 시위에 대해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하다. 그는 항상 정당한 수급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와 노령층 의료지원(메디케어), 저소득층 의료지원(메디케이드)을 보장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면 민주당은 이러한 혜택을 불법 외국인에게도 줘야한다는 입장이며 그러한 조치는 제도를 파산에 이르게 하고 미국 노년층을 고통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