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전문가 진단
관세·탄핵 이후 전략과 대응방안
단기적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장기적인 불확실성은 여전…
美 관세 대응에 사활 걸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단기적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우리 경제에 미칠 후폭풍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온다. 올해 우리 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추락하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 리더십의 부재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관세 카드를 휘두르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뚜렷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상을 예고했음에도 동력을 잃은 정부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6일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곽주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향후 우리나라의 전략과 대응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리더십 부재로 미국이 아예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을 배제하고 있다"며 "미국의 요구를 정확히 분석해 줄 것은 주고 요구할 것은 과감하게 협상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관세 대응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 판결 이후 우리 경제의 큰 리스크는.
▲강 교수=성장률 1.5% 전망은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전 이야기다. 상호관세로 인해 성장률이 1%대 초반으로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이 한국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아 실제로 불이익을 봤다. 조속한 시일 내에 협상 체제를 갖춰 미국과 대응해야 한다.
▲곽 교수=미국의 관세 계산법은 비합리적이다. 계산방식이 틀렸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어필해야 한다. 국내에서 통상을 대표할 리더가 생기는 것이 최우선이다. 통상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김 교수=정부는 미국 관세에 대응해 품목별·업종별로 단기·중기·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업계 의견도 수렴해야 하는 상황인데, 결정권자가 부재한 것이 문제다. 리더십 부재 문제가 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생각보다 강하다. 대미 대응은 어떻게 하나.
▲최 교수=미국이 25% 관세를 계산하는 데 사용한 비관세장벽 내용들을 정부가 일일이 분석해야 한다. 과대 계산된 부분은 없는지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함께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또 한국도 미국 내 존재하는 무역장벽을 지적해 협상의 카드로 삼아야 한다. 미국 측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응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주의 관점에서 협상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정책연구소'의 핵심 인력들과 교류하고, 트럼프 대통령 측과 직접 '패키지 딜'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를 주도하기 위해선 대통령 선거 이후 정상 간의 대화가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에 버금가는 협상력을 가진 인물이 한국 측에도 있어야 가능하다.
▲곽 교수=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수 있고, 이는 미국의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든다. 관세정책이 지속되면 시간이 지나 국민의 인내심이 낮아지면서 트럼프 정부가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중간선거 등 정치 흐름을 보면서 협상에 나서야 한다. 또한 수출 다각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수입은 미국, 수출은 중국에 집중돼 있었지만 이제는 아세안·유럽연합(EU)·호주 등으로 교역을 넓혀야 한다. 대체 선진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통상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강 교수=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25% 관세의 근거에는 부풀려진 부분이 많다. 미국 측 지적사항을 객관적으로 검토해 들어줄 것은 들어주고, 한국도 오퍼할 수 있는 사안들을 준비해야 한다. 25% 관세 전체를 낮춰달라는 요구보다는, 핵심적인 품목을 중심으로 협상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협상 대표단도 권한과 실행력을 갖춘 조직으로 구성해 미국 정부가 대화 파트너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상 상호관세로 한미 FTA는 실효성이 없어진 상태다. 무관세 혜택이 무효화된 것이다. 형평성과 FTA 이익, 무역과 투자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한미 FTA 업그레이드 필요성을 과감히 제기할 수도 있다. 미국 외의 국가들과는 협력적 통상 관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추경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데.
▲강 교수=추경의 규모와 사용처에 대한 협의는 필요하지만, 추경 자체의 필요성은 매우 큰 시점이다. 추경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지만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
▲최 교수=이제는 단순한 교역 다변화를 넘어서 투자 다변화로 나아가야 한다. 추경도 이러한 방향으로 배정돼야 한다. 특히 전자제품 등 수출 산업 중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의 무역보복 가능성을 고려해 진출국가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이 무역보복 위험이 낮은 국가에 진출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곽 교수=관세로 인해 산업 내 어떤 섹터가 가장 취약한지를 분석해야 한다. 국내의 글로벌 대기업까지 추경으로 지원할 것인지는 정치 이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 중심 분야에 대한 추경이 국민 설득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보조금 방식은 상계관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수출기업 대상 융자나 무역보험 등 간접적 지원방식이 현실적이다. 다만 기업이 이자를 내고 보험을 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으므로, 수혜 대상과 방식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김 교수=헌재 결정으로 단기적인 불안은 해소됐지만, 후폭풍은 최소 1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추경이 필요한 시점이며, 특히 산불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5월 안에 협의를 마무리해 하반기 집행이 가능하도록 서둘러야 한다.
imne@fnnews.com 홍예지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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