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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尹 파면 늑장보도..“적대적 2국가 기조 무시전략”

尹 탄핵안 가결 때에도 이틀 후 보도
통일부 "2국가 기조 관망 태도 반영"
南역동성 北주민 영향 우려하며 신중
"南혼란 대비 北정권 우월성 부각 의도"

북한, 尹 파면 늑장보도..“적대적 2국가 기조 무시전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소식을 헌법재판소 판결 후 19시간 만에야 짤막하게 보도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인용 결정 후 2시간 20분 만에 신속 보도하며 “순장돼야 할 역적”이라는 논평까지 덧붙인 것과는 대비된다.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에 선언한 ‘적대적 2국가’ 기조에 따른 무시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또 남한 정권이 무너지는 모습을 북한 주민들에게 자세히 알리면 통제하는 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인식도 깔려있다는 시각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 “괴뢰 한국에서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에 대한 탄핵을 선고했다”며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로 채택된 결정에 따라 윤석열은 대통력직에서 즉시 파면됐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다른 내용 없이 헌재 전원일치 결정이 있었다는 것과 평가도 외신을 인용해 보도했다”며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아래서 북한 당국이 견제하고 있는 약간의 거리두기, 관망하는 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때에도 곧바로 보도하지 않고, 이틀이 지난 후 간략하게 보도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에는 매일같이 강한 비난이 담긴 보도를 쏟아낸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따른 남한 무시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반응”이라며 “비슷한 맥락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 내부사정을 자세히 알려주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혼란은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안정성을 강변하는 소재로 삼을 수도 있는 반면, 민주주의의 역동성에 주목할 경우 북한 주민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는 위험도 있어 보도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단신보도에서 내외신 보도 타이틀을 빌려 ‘수개월 간 한국이 겪은 혼란의 종말은 아닐 것’이라는 내용은 혼란한 남한 상황에 대비한 김정은 정권의 우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보도와 같은 날짜에 김 위원장이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 방문도 보도됐는데, 비상계엄 사태를 반면교사 삼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 교수는 “최근 우리 계엄과 탄핵 상황을 보면서 707특임단 같은 북한 내 특수부대에 대한 현지지도 필요성이 증가했고, 군 기강 확립 및 체제 결속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파병해 얻은 현대전 전투경험을 반영한 새로운 전법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봤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