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핵화 협상 위해 이란과 이미 대화중이라고 밝혀
오는 12일 고위급 접촉 예고...구체적인 참가자와 장소는 비공개
트럼프는 직접 대화 주장하지만 이란은 간접 대화라고 밝혀
난처해진 네타냐후, 외교적 노력에 일단 "좋은 일"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8년 1기 정부 당시 일방적으로 이란 비핵화 협상에서 탈퇴했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정부 들어 다시 이란과 비핵화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의 중재로 간접 협상에 나섰던 미국은 12일(현지시간) 이란과 직접 대화한다고 알려졌으나 이란은 간접 대화라고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7일 백악관에서 이란과 원수지간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동 이후 네타냐후와 함께 기자들과 만났다. 트럼프는 이란 관련 질문에서 "우리는 이란과 직접 대화를 하고 있다"며 이미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과 대화가 "12일에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는 매우 큰 회담을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대화 참석자에 대해 "거의 최고위급"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대화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란과 "아마도"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나는 합의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외교 결렬시 이란의 핵무기 관련 시설을 위해 군사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에 "만약 대화가 성공적이지 않다면 이란은 큰 위험에 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복잡한 공식이 아니다"라며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 그것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되는데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며 "나는 우리가 추후 그것들도 협상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만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대화가 성공적이지 않다면 그날은 이란에 매우 나쁜 날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등 6개국과 이란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경제 제재를 풀기로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핵합의가 이란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며 2018년에 핵합의를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트럼프의 뒤를 이은 미국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2년부터 이란과 핵합의 협상을 위해 유럽연합(EU)의 중재로 간접 협상을 벌였으나 2022년 이란 민주화 운동, 2023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으로 사실상 대화를 멈췄다. 지난해 7월 당선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온건 개혁파 성향으로 미국과 핵합의 복원을 비롯해 서방과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위에 ‘최고지도자’가 있는 이란 정부는 미국과 대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6일 이란 정부 관계자는 서방 매체를 통해 "이란은 미국과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채널인 오만을 통해 간접 협상을 계속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회담을 원하고 의미 없는 직접 대화를 원치 않는다"면서 바이든 정부와 마찬가지로 중재국을 동반한 간접 협상을 언급했다. 아락치는 7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같은날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미국과 오만에서 “최고위급 간접 대화”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기회이자 시험이다. 공은 미국 쪽에 넘어갔다”고 밝혔다.
한편 네타냐후는 이란에 강경하던 트럼프가 대화를 꺼내자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친(親)이스라엘 노선을 걷고 있는 트럼프는 앞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이스라엘 편을 드는 동시에,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을 향해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트럼프의 핵합의 발언에 대해 외교로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라고 말하면서 일단 핵개발이 중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5년 3월 30일 이란 중부 이스파한에서 촬영된 우라늄 농축 시설.A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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