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항만에 새로 수입 자동차들이 주차된 모습.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자 북미를 비롯해 세계 자동차 업계가 동요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자동차 업체들이 관세 부과 이후 미국행 선적을 중단하고 있고 북미 3개국에서는 공장 가동이 멈추거나 감원이 이어지고 있으며 관세가 얼마나 오래 부과될지 예측을 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텔란티스는 멕시코와 캐나다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미국 엔진과 부품 공장 근로자 900명을 감원했다.
영국 재규어랜드로버와 독일 아우디는 미국 수출을 일시 중단했으며 아우디는 미국에 남아있는 재고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FT는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미국 항만에 수입된 자동차들이 쌓이고 있으며 유럽 항만에도 당초 미국으로 수출되려던 차량들이 대기 상태라며 관세를 내리지 않을 경우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서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들이 거치는 독일 브레머하벤 항만 운용 업체 BLG로지스틱스는 자동차 물동량이 앞으로 5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일부 멕시코와 캐나다산을 제외하고 다음달 3일부터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높은 관세에 자동차 업체들은 차량 가격을 인상할지 아니면 미국에서 생산을 늘릴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나 아우디 차종의 경우 관세 25%가 부과되면 가격이 대당 2만달러(약 2970만원) 이상 더 비싸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리고 있는 미국내 자동차 증산 효과도 보여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주 미국 인디애나주 포트웨인 공장에서 트럭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미국 앨라배마주에 조립 공장을 가동 중인 메르세데스-벤츠는 평균 가격이 5만달러(약 7420만원)가 넘어 소비자들이 원하는 적절한 가격의 신차를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특정 차종 판매가 중단되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경우 이틈틀 타 업체들이 신차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또 업체들이 출고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반도체 등 자동차 부품 부족을 겪었던 코로나19 대유행 때처럼 매장에서 판매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은 있다.
아직 신차 가격 인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지 않는 가운에 현대차는 오는 6월2일까지 현대와 제네시스 가격을 올리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가 최대한 가격 인상을 피하는 방안을 찾는 가운데 미국의 수입차 관세 25%가 앞으로 장기적으로 어떠한 파급효과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애널리스트들과 딜러들은 이번처럼 짧은 기간에 높은 관세 부과 통보를 받는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결정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컨설팅기업 KPMG의 자동차산업 담당 이사 레니 라로카는 NYT와 가진 인터뷰에서 업체들이 관세 충격을 더 잘 흡수할 수 있으며 이미 미국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는 픽업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수익성이 높은 대형 차종에 더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FT와 NYT는 여러 자동차 업계 임원들이 트럼프의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으면서 상황을 지켜보며 수출을 재개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으며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관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와 추가 보복 관세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많아 미국내 공장 신설이나 폐쇄된 공장의 재가동은 당장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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