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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에 친명비토에 개헌투표 제안 접은 우 의장

[파이낸셜뉴스]
사흘만에 친명비토에 개헌투표 제안 접은 우 의장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2025.04.08. kch0523@newsis.com /사진=뉴시스


탄핵정국에서 이슈를 주도해온 우원식 국회의장이 체면을 구겼다.

우 의장은 9일 자신의 '대선·개헌 동시 투표' 제안을 사흘 만에 거둬들였다. 우 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한 제 정당의 합의로 대선 이후 본격 논의를 이어가자"며 "현 상황에서는 대선 동시 투표 개헌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대선일에 개헌 국민 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며 '대선·개헌 동시 투표'를 제안했다가 조속한 내란 종식, 시간상 촉박함과 복잡한 개헌논의 합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유력 주자인 이재명 대표는 지난 7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는 것이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며 우 의장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우 의장은 이날 "위헌·불법 비상계엄 단죄에 당력을 모아온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이 당장은 개헌 논의보다 정국 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개헌이 국회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이라면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기 대선은 헌정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헌법 절차"라며 "12·3 비상계엄이 파괴한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이 합의의 내용, 개헌의 골자를 각 정당 대선주자가 공약으로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우 의장의 배경 설명에도 불구, 개헌이슈를 주도해온 국회의장이 이 대표의 거부와 민주당의 비판에 부딪히자 제안을 전격 철회, 체면을 구기게 됐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개헌 논의의 숙성을 정치권을 향해 권고한 바 있는 만큼 국회의장으로서 개헌 이슈를 띄웠음에도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민주당과 지지층의 '우 의장이 쏘아올린 개헌이슈가 탄핵 정국마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는 고강도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잠시 뜻을 접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지지층은 물론 민주당 친명계 의원들은 "국회의장 놀이를 중단하라"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한편 우 의장 제안에 긍정적이었던 국민의힘은 "우직하게 개헌을 추진하던 국회의장조차도 버텨내지 못하는 모습은 이재명 대표 뜻에 반하는 의견에 대해선 당내 논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1인 독재 정당, 민주당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jiwon.song@fnnews.com 송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