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직접소통 후 협상 시작
정부, 25% 관세율 인하 최우선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미국행
트럼프가 언급한 '원스톱 쇼핑'
총리실은 "협상 열려있다는 뜻"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를 계기로,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부과한 고율 상호관세를 둘러싼 한미 간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 정부는 이번 정상 간 통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이 열려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미국이 부과한 25% 상호관세율 조정을 최우선 목표로 협상에 돌입했다.
■조선·LNG·무역 균형 협상 카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통상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 과제"라며 "국제질서 재편이 어떻게 될 것인지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오후 9시3분부터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정상 간 통화이자, 미국의 상호관세 행정명령 발효를 몇 시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이) 양국 간 무역 균형, 에너지 관련 경제협력, 안보협력, 대북정책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이야기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반응했다"며 "정상 간 대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앞으로 통상당국이 사안별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미국의 상호관세율을 조정하기 위해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파견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국회 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조선 분야가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악관에서 현재 조선산업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한국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과 관련, 안 장관은 "아직 참여를 선언한 바 없으며, 정부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국익을 우선시하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방위비는 별도, 패키지 협상 아냐"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시사한 데 대해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정상 간 대화이기에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면서도 "(정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방위비 이야기는 없지만, 한미 군사동맹 언급이 있는데 그 부분에 방위비 이야기가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관세와 방위비를 분리해 대응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역이나 관세와 관련 없는 사안도 (상호관세 협상 과정에) 그들이 거론하도록 하고 있다. '원스톱 쇼핑'은 아름답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이 언급한 통상협력은 LNG, 조선, 무역 균형 등 3가지"라며 "방위비는 군사동맹 차원에서 언급됐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관세와 방위비를 묶은 패키지 협상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스톱 쇼핑'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유연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며 "협상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늦춰질 수도 있는데 양국이 어떤 협상 카드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임에도 한국에 상호관세 25%를 부과했다. 안 장관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한미 FTA 유지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리나라는 FTA 덕분에 기본관세율이 0%인 상태라 기본세율에 25%만 적용되지만,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은 2.5% 기본세율에 25%가 추가되는 구조"라며 "FTA의 효용은 여전히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맞불 작전보다 협의를 통한 해법 모색을 강조했다.
한국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보복관세 등 감정적 대응은 즉각적인 산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실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 권한대행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맞서지 않고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도 "우리나라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보복관세 형태의 대응은 자칫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최대한 미국과 협의해서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