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기업대출 막힐라… 'RWA 규제' 완화되나

고환율·美관세 악재 겹친 탓
은행권 기업 대출 공급 '걸림돌'
위험가중치 하향 설득력 얻어
당국 "국제 규제 범위 내 조율"

금융당국이 금융권 기업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자산(RWA) 제도 개선에 나선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충격과 환율 상승이라는 '더블 악재'를 맞은 상황에서 기업들에 대한 대출 및 투자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조만간 금융권 기업대출에 대한 RWA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연합회와 은행권이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은행권에서는 제조업 등 산업생산 부문 및 성장성 있는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하향하거나 은행에 대한 요구자본 수준을 하향해 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건전성 규제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외환수급 개선방안을 마련해 지난해 말 발표한 뒤 추가적으로 (은행 자본규제 완화 과제를) 발굴해왔다"며 "바젤3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은행권의 건의사항을 검토해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젤3는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후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새로운 국제은행 자본규제다. 자기자본비율 8%, 보통주 자본비율(CET1) 4.5% 이상, 자본잉여금 등 기본자본 비율 6% 이상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CET1은 은행의 건전성과 배당여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눠 산출하는데 RWA가 클수록 CET1는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CET1을 12%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KB(13.53%) 신한(13.06%) 하나(13.22%) 우리(12.13%) 등 주요 금융지주의 CET1이 당국 권고치를 다소 웃돌았다.

문제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기업의 자금난이 심해지는데 은행들이 CET1을 관리하느라 기업대출 공급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는 점이다. 같은 액수의 대출이라도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RWA를 집계할 때 적용하는 위험가중치가 높아 CET1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평균 위험가중치는 중소기업 대출이 44%로 가계 주택담보대출(14.5%)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2조1000억원 줄어든 132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3월 기준 기업대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5년(-1조2000억원) 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대기업 대출잔액이 7000억원 줄었고, 중소기업은 1조4000억원이나 감소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