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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책정에서 미 핵심 수출품 '서비스' 뺐다” WSJ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관세 책정에서 미 핵심 수출품 '서비스' 뺐다” WSJ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강행하면서 미국의 핵심 수출품인 서비스를 일부러 빼먹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는 미국이 상품 교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만 부각시키고, 미국이 엄청난 흑자를 내는 서비스 교역은 일부러 빼먹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미국이 외국에 파는 것보다 더 많은 상품을 사는 것은 맞지만 서비스 부문에서는 그 반대가 진실이라고 지적했다.

미 빅테크들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부터 금융 자문 등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서비스 시장은 미 기업들이 대부분 장악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서비스 수출은 자신의 관세율 계산에서 일부러 뺐다. 그러나 이들 역시 트럼프가 시작한 무역전쟁에 끌려들어가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의 서비스 수출에는 의도적으로 눈을 가리고 있지만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나라들은 미 서비스 수출에 주목하고 있다.

서비스 수출에 관세를 물리는 것은 어렵지만 미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을 물리는 것은 가능하다. 또 벌금을 물릴 수도 있고, 아예 자국 내 활동을 금지시킬 수도 있다.

유럽연합(EU)이 이 분야에서는 전문가다.

EU는 트럼프의 대대적인 관세 위협에 대항해 미 빅테크를 응징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왔다. 지나해 발효된 디지털시장법(DMA)이 미 빅테크 견제에 활용되는 칼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또 외국 소비자들의 반감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외국 소비자들이 미 은행, 자산운용사, 기타 서비스 업체 수요를 줄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WSJ은 지난 수십년 미국과 전 세계 사이에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에 자동차, 전화기, 의류, 식품을 미국에 보내는 대신 이들은 미국 채권, 소프트웨어, 경영 컨설팅 등을 받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국내 공장 문을 닫고 외국에서 더 많은 상품을 수입하면서 미 상품부문 무역적자는 지난해 1조21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동시에 미 서비스업 무역 흑자는 2000년 770억달러이던 것이 지난해 2950억달러로 폭증했다.

20세기 중반만 해도 미국은 제조업 공룡으로 상품 교역에서 흑자를, 서비스 교역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은 부유해지면서 점차 서비스 산업이 지배하는 경제 구조로 전환됐다.

포드자동차나 제너럴모터스(GM) 같은 업체들은 더 이상 미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대신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JP모건체이스 같은 서비스 업체들이 영향력을 갖게 됐다.

이들 소프트웨어, 금융 제품이 미 주력 수출품으로 올라섰다.

일부 서비스 업체들은 총매출에서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 시장을 압도하기도 한다.

외교관계위원회(CFR)의 브래드 세처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금도 서비스 수출 확대를 자극한다.

많은 미 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외국에서 매출을 신고하고, 미 본사에는 수수료만 낸다. 이 수수료는 지적재산권 또는 자산운용 수수료로 계상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비스 수출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이 흐름에 파국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U는 미 관세에 맞서 미 빅테크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옌 EU 집행위원장은 지난주 유럽의회에 출석해 “유럽은 많은 카드를 들고 있다”면서 “무역부터 기술, EU 시장 규모에 이르기까지 활용할 카드가 많다”고 말했다.

외국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미 서비스업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미 호텔과 미 항공사 탑승권을 예약하는 것도 미 수출에 포함된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 반이민 추방 정책 속에 각국 내에서는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고,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미 여행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

중국은 9일 미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미 상품 수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외국 소비자들이 미 브랜드에 대한 반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웨인스틴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반감을 만들어내면 물건을 팔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