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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이일형 감독 "영화관처럼 꼼짝 못하게, 시청자 탈주 막고 싶었죠"

영화 '검사외전' '리멤버' 연출자의 첫 시리즈 도전

'악연' 이일형 감독 "영화관처럼 꼼짝 못하게, 시청자 탈주 막고 싶었죠"
이일형 감독

[파이낸셜뉴스] 박해수·이희준·신민아의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악연’이 공개 3일만에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에 오르며 화제다.

‘악연’은 영화 ‘검사외전’으로 970만 관객을 모은 이일형 감독의 첫 시리즈물. 2022년 영화 ‘리멤버’ 개봉을 앞두고 차기작을 고민하던 중 우연찮게 원작 웹툰을 보고 반한 게 출발점이 됐다. 이 감독이 동명의 카카오웹툰을 직접 각색했다.

‘악연’은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아버지를 죽여 사망보험금을 타내 빚을 갚으려는 사채남(이희준), 불륜 도중 음주 운전 사고를 내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안경남(이광수), 꽃뱀이 된 동창(공승연)과 손잡고 온갖 나쁜 일로 돈을 버는 목격남(박해수) 그리고 집단성폭행의 트라우마가 있는 여의사 주연(신민아)이 그들이다.

4부 ‘상처받은 여자’ 주연이 나오기 전까진 그야말로 사회면을 장식하는 악인들의 향연이다. “몰입도가 어마어마” “잘 구성해낸 진탕 소동극” 등 도덕성을 상실한 어리석은 인간들의 모습이 징글징글 맞아 외면하고 싶은데도 다음 편이 궁금해 끝까지 보게 된다. 결국 대가를 치르는 인과응보의 결말은 도덕성을 잃는 선택의 삶을 어디로 이끄는지를 적나라하게 돌아보게 한다.

이 감독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원작이 37화에 불과했는데 인물의 전사도 없이 상황이 몰아치듯 전개됐다”며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판권을 ‘폭싹 속았수다’ ‘지금 거신 전화는’의 바람픽쳐스가 갖고 있어 드라마 ‘수리남’과 영화 ‘승부’ '리멤버'의 제작사 영화사월광과 공동 제작했다. 둘 다 카카오엔터 자회사라 카카오웹툰을 카카오엔터 자회사가 함께 만들어 시너지를 낸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그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체 유기에 뺑소니 사고 등 드라마에서 많이 소비된 이야기지만 이러한 요소를 새롭게 조합하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시청자들을 자리에 앉혀놓는 것이 이번 작업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원작과 가장 큰 차이는 “원작의 동일인을 박해수와 김성균 역할로 분리시킨 것”이라며 “신민아가 연기한 주연은 원작보다 비중이 커졌다”고 비교했다. “나쁜 놈만 나오면 시청자가 너무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와 감정을 풀어줄 역할로 주연의 비중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또 극중 박해수와 이희준의 연결고리를 고려해 체격과 외모가 비슷한 두 사람을 캐스팅했다. 박해수 출연이 확정되자마자 바로 이희준에게 연락했다고.

박해수는 2화 중간에 어수룩한 캐릭터로 슬그머니 등장했다가 점점 다채로운 본색을 드러낸다. 그는 “회색 같은 느낌을 주는 캐릭터라서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여야 했는데 박해수가 적임이었다”고 말했다.

또 “주연은 영화사월광의 윤종빈 감독이 신민아를 추천했는데 로맨스퀸으로 유명하나 실제로 만나니 침착하고 나근나근하면서도 센 기운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앞서 극중 신민아와 붙는 장면에 대해 “나도 모르게 자꾸 눈을 피하게 되더라”며 신민아의 에너지를 언급했다.

이 감독은 “2시간짜리 영화로 풀긴 어렵다고 판단해 드라마로 찍었다”며 “6~8부작 드라마로 풀어도 되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창작자 입장에서 가능성이 더 많아졌다”고 첫 시리즈 연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제 작품을 큰 스크린에서 보면 어떤지 그 느낌을 경험할 수 없게 됐지만 한편으론 내가 만든 작품이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의 누군가가 본다고 생각하면 짜릿하다”고 부연했다.

'악연' 이일형 감독 "영화관처럼 꼼짝 못하게, 시청자 탈주 막고 싶었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악연' 보도스틸

'악연' 이일형 감독 "영화관처럼 꼼짝 못하게, 시청자 탈주 막고 싶었죠"
넷플릭스 '악연' 한 장면

'악연' 이일형 감독 "영화관처럼 꼼짝 못하게, 시청자 탈주 막고 싶었죠"
넷플릭스 '악연' 한 장면

'악연' 이일형 감독 "영화관처럼 꼼짝 못하게, 시청자 탈주 막고 싶었죠"
넷플릭스 '악연' 한 장면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