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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살려야 하지만...“고환율에 4월 금리 동결 확실시”[금통위폴]

전문가 10인 중 9명 “이달 금리 동결 전망” 관세 리스크에 롤러코스터 타는 환율 염려 토허제 해제로 가계부채 증가세 우려도 확대 소수의견으로 힌트 주고 5월 인하 가능성도

경기 살려야 하지만...“고환율에 4월 금리 동결 확실시”[금통위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큰 이변이 없는 한 한국은행이 오는 1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1400원 후반대에서 널뛰기하는 원·달러 환율에 섣불리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벌리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다만 경기 하방 리스크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진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하되, 인하 소수의견을 통해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 90% ‘금리동결’...고환율 부담 커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및 전망
이름 소속 4월 기준금리 결정 소수의견 연말 금리 수준(%)
김선태 KB국민은행 동결 1~2명 2.25
강승원 NH투자증권 동결 X(만장일치) 2.25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동결 X(만장일치) 2.25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동결 1~2명 2.25~2.50
조용구 신영증권 동결 X(만장일치) 2.25
안예하 키움증권 동결 1~2명 2.25
윤지호 BNP파리바 동결 1~2명 2.25
공동락 대신증권 동결 X(만장일치) 2.5
조영무 LG경제연구원 동결 1~2명 2.25
박상현 iM증권 인하 1~2명 2
(국내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 설문조사)

파이낸셜뉴스가 13일 국내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문가 9명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지난 2월에 2022년 10월 11일(2.50%)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2%대에 진입한 기준금리는 다음달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까지 연 2.75%로 묶이게 된다.

금리동결 재료는 단연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불확실성으로 성장 하방 압력이 커지며 금리를 더 내려야 하지만 지금 환율은 상당한 위험 수준에 있다”며 “미국과의 금리차가 확대되면 자본 유출, 신용 위험 등이 확대될 수 있는 트리거가 될 수도 있어 4월에는 동결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도 그렇지만 환율에서의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워낙 크다”며 “미국보다 우리가 먼저 금리를 낮출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한은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국내 정국 상황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수준에 요동치면서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1일(1471.9원)에 마감한 환율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인용되면서 1434.1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미·중 관세전쟁 격화하면서 9일에는 1484.1원까지 상승하며 금융위기 시절이던 지난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치 기록한 뒤 지난 11일 1449.9원에 마감하며 이틀 만에 35원 가까이 떨어졌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비상계엄부터 탄핵 정국까지 정국 불안이 없었다면 한국은행이 3차례 연속 금리를 낮췄을 것”이라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미 연준도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금은 정책 조정의 효과를 지켜볼 시간”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도 걸림돌...“4월 관망 뒤 5월 인하”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늘어난 갭투자에 2·4분기 가계부채 상승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동결 가능성을 높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서울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금융안정 우려를 감안할 때 2월에 이어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시차를 둔 인하 재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동결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금통위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국내 성장 관련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 윤지호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어느 정도 파악한 한국은행이 4월 금통위에서 하방 압력에 대한 힌트를 얼마나 공개할 지 관심이 쏠린다”라며 “동결 결정에도 불구하고 경우에 따라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으로 해석될만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수의견 등장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만장일치로 동결을 예상한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뿐 아니라 주식, 채권 등 모든 자산 변동성이 워낙 심한 상황을 겪고 바로 다음 주에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가 5월에 단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다음 달 금리 인하를 예측한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 하방 요인들이 산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응 필요성은 있다”며 “소수 의견 혹은 포워드 가이던스 등을 통해서 5월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금리 수준은 2.25% 수준이라는 예측(7명)이 가장 많았다. 이달 금리를 동결할 경우 나머지 5번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p)씩 2번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존 전망을 2.50%에서 2.25%로 수정했다”며 “트럼프 관세정책이 한국은행이 연간전망에서 예상한 부정적 시나리오로 전개된 데 따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