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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셔틀 타고 전시장 탐험… 하늘 나는 자동차도 떴다[막 오른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르포 2025 엑스포 개막 첫날
산업폐기물 매립지였던 유메시마
세계 미래기술 결집한 혁신도시로
日 전통공법 녹인 ‘그랜드 링’ 눈길
전시관 곳곳엔 캐릭터 ‘먀쿠먀쿠’

자율주행 셔틀 타고 전시장 탐험… 하늘 나는 자동차도 떴다[막 오른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2025 오사카·간사이엑스포 개막 첫 날인 13일 행사장 입구 전경. 사진=김경민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오사카=김경민 특파원】 13일 오전 9시, 봄비가 머문 뒤 갠 하늘 아래 인공섬 유메시마로 수천명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회색빛 방음패널 너머로 '미래사회 실험장'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제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 공공보건, 인공지능(AI), 데이터로 상징되는 차세대 도시 구상을 전시 형식으로 구현한 대형 국제박람회다.

■매립지가 미래도시로… 유메시마 혁신

유메시마는 오사카 항구 외곽, 한때 산업폐기물이 쌓였던 '섬 아닌 섬'이었다. 30년 가까이 활용되지 못했던 이 인공섬이 158개국과 9개 국제기구, 약 2820만명의 관람객을 목표로 하는 지구촌 최대 실험무대로 탈바꿈했다.

엑스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약 2㎞에 이르는 둘레의 거대한 원형 목조 건축물인 '그랜드 링'. 박람회장 대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오사카 엑스포의 상징물인 그랜드 링은 못을 쓰지 않고 일본 전통공법으로 짜 맞췄다. 관람객이 위에 올라가 산책하면서 주변 경치를 조망하거나 더울 때는 구조물 아래에서 햇볕을 피할 수도 있게 만들어졌다.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그랜드 링 위로 올라가 휴식을 취하거나 사진을 찍었다. 링 구조는 자연과 인간, 생명과 기술이 하나로 순환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는 것이 설계자의 설명이다.

그랜드 링 주변으로 각국 전시관이 360도 원형으로 배치됐다. 행사장 곳곳은 엑스포 캐릭터인 '먀쿠먀쿠'로 장식됐다. 생김새가 다소 기이하다는 평가를 받는 먀쿠먀쿠는 세포와 물이 하나가 되면서 생겼다는 가상의 생물이다. 첫날 방문객이 몰리면서 전시관 한 곳을 보기 위해서는 2시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한 방문객은 "도쿄보다 더 미래 도시에 와 있는 것 같다"며 "미래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 흥분된다"고 말했다. 통역은 로봇이 자동으로, 출입은 QR과 얼굴 인식으로, 관람은 실시간 데이터 기반으로 설계됐다. 전시장 그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도시 실험 플랫폼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전날 개막연설에서 "이번 엑스포는 생명과 기술,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를 설계하는 장"이라며 "일본은 세계와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엑스포의 실험성은 관람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엑스포 사상 처음으로 전시관 전체를 온라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엑스포'가 구현됐다. 방문객은 메타버스와 웹 플랫폼을 통해 각국 전시관을 집에서 둘러볼 수 있으며 실시간 해설과 증강현실(AR) 콘텐츠, 다국어 자막이 자동으로 제공된다. 일부 전시관은 관람객의 입력에 따라 색채, 영상, 소리가 변화하는 반응형 전시 방식을 채택했다.

현장에서는 디지털 가이드봇이 관람 동선을 안내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자신만의 관람경로를 추천받을 수 있다. 일본관은 생체정보를 입력하면 전시 구성 자체가 맞춤화되는 'AI 인터랙티브 전시'를 도입했다.

유메시마는 '움직이는 도시'이기도 하다. 레벨4 자율주행 셔틀이 각 블록을 연결하고, 장애인·고령자를 위한 전동 보조 기기는 대여 없이 QR코드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관람객 수에 따라 셔틀 동선이 자동으로 재조정되며 긴급 상황 발생 시에는 관제시스템이 음성 안내로 피난 유도까지 수행한다. 일부 이동 수단은 태양광 충전 방식으로 운영된다.

고령자 관람객은 "처음엔 무섭지만 곧 적응할 수 있었다"며 "전시장보다 새로운 이동기술과 동선이 훨씬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동·관리 시스템은 행사 종료 후 오사카 도심에도 일부 이식될 예정이다. 실증을 겸한 도시운영 시뮬레이션이 이번 엑스포에서 병행되고 있는 셈이다.

■주요국 전시관 경쟁… ‘문화력’ 대결

참가국, 민간기업, 지자체 등의 전시관은 총 84개관에 달한다. 인공다능성줄기세포(iPS세포)로 만든 'iPS 심장'을 비롯해 AI, 우주개발 기술 등의 첨단 기술이 전시된다.

외부에서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범비행을 한다. 시범비행을 맡은 일본 상사 마루베니에 기체를 제공한 미국 리프트 에어크래프트의 맷 체이슨 최고경영자(CEO)는 "누구나 하늘을 날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미래를 실현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 미국관은 우주탐사와 인류 생명연장 기술을 중심 테마로 내세웠고, 프랑스는 감정 기반 AI와 디지털 예술을 융합한 전시를 선보였다. 중국은 디지털 실크로드와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을 중심으로 미래 인프라 구상을 제시했다. 한국은 '마음을 모아'를 주제로 AI, 웹툰, 전통문화 등을 접목한 입체적 전시관을 구성해 관람객의 발길을 끌었다.

기술력과 철학이 엑스포를 통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비교하며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한 프랑스 관람객은 "기술보다 중요한 건 방향과 의도라는 걸 느낀다"며 "한국관처럼 감정과 철학이 있는 전시가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엑스포 조직위는 이번 행사를 통해 약 2조엔(약 20조원) 규모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호텔·교통·외식업계는 엑스포 기간 특수를 예상하며 사전 예약률이 급등했고, 오사카 시내 백화점들도 테마 매장을 열었다. JR니시쿠조 역 등 주요 관문역은 방문객 대응을 위해 인공지능 혼잡도 예측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비판도 있다. 개발 비용은 애초 계획보다 수천억엔 증가했고, 관람객 목표치 역시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폭염·태풍 등 기후 리스크, 일본의 낮은 외국인 재방문율 등은 흥행의 복병으로 거론된다.

k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