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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관세와 묶은 ‘주한미군 감축’… 美의회는 반대 기류[밀리터리 월드]

트럼프, 방위비·주한미군·관세 '패키지 협상'
美사령관들, 의회에 철수·감축론 반대 전달
"北뿐만 아니라 러·中 견제… 입지적 중요"
美민주당 "감축은 전략적 실수" 유지 주장
공화당에서도 감축 우려 목소리 적지 않아
지한파 美의원들 방한… 대응 돌파구 모색

트럼프가 관세와 묶은 ‘주한미군 감축’… 美의회는 반대 기류[밀리터리 월드]
트럼프가 관세와 묶은 ‘주한미군 감축’… 美의회는 반대 기류[밀리터리 월드]
지난 3월 20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 일대 석은소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K1E1전차가 연합부교를 건너고 있다. 작은 사진은 도하훈련을 마치고 연합부교를 지나는 장병들 뉴시스
중국·러시아·북한 3개국의 군사력이 둘러싼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 안보에 위협이라는 목소리가 미 의회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미군 사령관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감축론에 부정적인 견해를 미 의회에 연일 밝히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관세협상과 연계해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9배 인상을 요구한 와중에 나온 파격 발언들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13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협상안이 틀어질 경우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미 의회 내부에서도 주한미군의 감축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 의회는 주한미군의 주둔과 관련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다. 미 의회는 매년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해 주한미군의 병력 유지와 한미동맹 강화 방안을 명시한다. 미 의회는 주한미군 병력을 현 수준인 2만8500명으로 유지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심지어 최근 NDAA에서는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을 염두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외교부와 국방부가 향후 미국과 협상에서 '지피지기'의 전략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대미 협상은 외교부가 나서지만, 국방부도 주한미군 수뇌부와 더욱 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미군 장성들 "주한미군 입지적으로 중요"

새뮤얼 퍼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이 없어지면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 침공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퍼파로 사령관은 '주한미군의 중대한 감축이 좋으냐, 나쁘냐'는 질문에 "그것은 분쟁에서 압도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감퇴시킨다"라고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도 "주한미군 감축은 문제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한반도에서 제공하는 것은 동해에서 러시아에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는 잠재력, 서해에서 중국에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는 잠재력, 그리고 현재 작동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억지력"이라고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주한미군이 북한의 침공을 억지하는 역할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브런슨 사령관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투자'에 대한 보상은 돈으로만 측정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접근성, 전진 기지, 지속적 파트너십과 억지력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 감축이 한국과 지역의 파트너들에 미칠 영향'을 질문받자 최근 주한미군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포대 일부를 중동으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무력에 대해 무엇을 요구받고 있는지에 대한 전략적 명확성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의 대북, 대중국, 대러시아 견제가 약화되는 신호를 북·중·러에 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간) 미 하원 군사위원회가 개최한 '인도·태평양 미군 태세 및 국가안보 도전' 주제청문회에서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가 보는 것은 우리가 현재 '입지적 우위'(positional advantage)를 가졌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또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투자가 미국의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원에 제출한 서면 자료에서 "한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 일자리 45만개와 한국 및 미국에 위치한 2100여개의 미국 회사들을 지원했고 군사적으로는 한국의 기여가 미국의 군사적 지출을 18% 줄여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은 주한미군의 군사적 건설 수요를 위해 매년 5억달러 이상을 제공하며, 미국의 군사적 활동을 지원하는 한국 노동력의 기여는 약 4억1200만달러 규모"라고 언급했다.

■미 의회도 주한미군 감축에 제동 목소리

미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 강력히 반대해왔다. 민주당은 한미동맹을 "한반도 평화의 기반이자 동북아 안보의 핵심축"으로 규정하며,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 억제 및 지역 안정 유지의 필수 요소로 평가중이다. 잭 리드 상원의원(민주당 군사위 간사)은 "주한미군 감축은 전략적 실수"라며 중국의 군사적 확장과 북한 도발 억제를 위한 현 주둔 규모 유지를 주장해왔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위비 증액 압박이나 감축 시도에 대해 의회 차원에서 제동을 걸고 있으며,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을 발의해 정책적 대응을 모색해왔다.

미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에서조차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은 국방부가 의회와 조율 없이 해외 주둔 미군을 감축하려는 계획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측 공화당 인사들은 한국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중이다.

이런 가운데 미 의회 내 친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스터디그룹(CSGK·Congressional Study Group on Korea) 소속 하원의원 7명이 13~19일 한국을 방문한다. CSGK는 한국계 영 김 하원의원(공화당)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우원식 국회의장 면담과 한미의원연맹 회장·간사단 만찬이 잡혀있다.


이번 방한에는 CSGK 공동의장인 아미 베라 하원 인도·태평양소위원회 간사를 비롯해 데이브 민, 살룻 카바할, 안드레아 살리나스 민주당 의원들과 제니퍼 키건스, 애쉴리 힌슨, 팀 무어 공화당 의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CSGK뿐만 아니라 미 하원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연이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관세협상의 변수가 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해법을 찾기 위해, 외교부와 함께 탄핵 정국으로 갈라진 우리 정치권이 힘을 합칠 필요성이 제기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