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분간 직접 검찰 PPT 반박
"계엄선포 후 질서유지 軍 투입"
군사 쿠데타와 다른 점 강조
사전모의 의혹엔 "코미디 같아"
법원 밖에선 지지·규탄 엇갈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차량 뒷 좌석에 앉은 윤 전 대통령 모습.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제기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했다. 뉴스1 연합뉴스
민간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기소된 형사 재판 첫 공판에서 직접 79분간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했다. 그는 이번 계엄이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라며 군사 쿠데타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파면된 후 10일 만이다. 법정 밖에선 윤 전 대통령 지지와 규탄 시위가 여전히 이어졌다.
■"공소사실, 코미디고 난센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4일 오전 10시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첫 공판을 열었다. 그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이 구속 취소 결정을 하면서 불구속 상태로 법정에 들어왔다. 이날 검찰과 윤 전 대통령 측은 모두진술을 통해 공소사실 요지 진술과 반박을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은 윤갑근 변호인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는 발언 이후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79분 동안 검찰이 제시한 PPT를 한 장씩 짚어가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몇 시간 만에 비폭력적으로 국회의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서 해제한 사건을, 조서를 공소장에 박아 넣은 듯한 이런 구성을 내란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참 법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계엄 사전 모의'를 놓고는 "사전 모의라고 해서 2024년 봄부터 그림을 그렸다는 것 자체가 좀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며 "(계엄 선포가)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개념이지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군정 실시하고자 하는 계엄 실시가 아니었다는 것은 경과를 보면 너무나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쿠데타나 군정 실시하는 데에 계엄령부터 선포한 적이 없다"며 "먼저 군대를 동원해서 선제적으로 상황을 장악하고 나서 계엄을 선포하는 것"이라며 본인은 계엄 선포 뒤에야 질서유지 목적으로 군을 투입했다고 거듭 피력했다.
군·경 관계자 진술도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일방적으로 수사기관 진술이 헌재 심판정에서 많이 탄핵당하고 실체가 밝혀졌다"며 "그런 것이 반영되지 않고 초기 내란 몰이 과정에서 진술한 게 검증 없이 반영이 많이 됐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점거 등에 관여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부정선거 의혹 관련 수사지시 의혹을 놓고는 "이런 상황에서 수사한다는 거 자체가 불가능하고 정보사가 들어갔다는 것도 저는 몰랐다.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해명했다.
'정치인 체포 지시' 관련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증언에 대해선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날을 세웠다. 또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증언의 경우 "대통령이 어떻게 의원을 빼내라는 말을 하겠느냐"며 "(곽 전 사령관이) 처음부터 민주당이 조작한 것이 입에 베서 많은 사람의 웃음을 샀다"고 말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받았다고 알려진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에 대해서는 국회 해산 시도와는 무관하다고, 정치인 체포조 운영 의혹에 대해서도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을 "윤석열 피고인"으로 지칭했다. 윤 전 대통령의 법정 모습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여전한 '윤 어게인' VS '재구속'
법원 밖에선 '윤 어게인(YOON AGAIN)'이라는 손팻말과 태극기, 성조기를 든 지지자들이 여러 명 모여 윤 전 대통령을 응원했다. '정의로운 지귀연 부장 판사님을 응원합니다'는 플래카드도 걸려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얼굴이 박힌 대형 태극기를 휘날리던 윤민자(64)씨는 "서로 견제하라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번갈아 가며 대통령으로 뽑았었는데, (거대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패악이 극에 달한 것을 보니 나에겐 오로지 윤 대통령뿐"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1인 시위가 집회로 번질 조짐이 보이면서 지지자들과 경찰이 한때 대치했다. 이후 지지자들은 시위를 기자회견으로 급선회했다.
윤 전 대통령 재구속을 외치는 맞불 시위도 열렸다. 이날 오전 시민단체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더 이상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이제라도 '내란수괴 지킴이' 지귀연 판사에 대한 기피를 신청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헌재의 결정 후에도 법조계의 평가는 팽팽했다.
윤 전 대통령이 받는 내란 혐의는 형법 제87조에 따라 12·3 비상계엄이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이었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김학성 강원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계엄 당시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이 가능해 국회 기능을 무력화시켰다고 볼 여지가 없어 (계엄에) 국헌 문란의 목적이 없었고, 한 지방 전체의 안전·질서를 위협할 정도의 대규모 폭력 사태도 없었기에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반면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이) 무장한 계엄군을 보낸 순간 폭동이 성립됐으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국회의장과 거대 야당 대표를 체포하라고 지시한 것에서 국헌 문란도 입증됐다"며 "고도의 입증 책임이 적용되는 형사재판이라 하더라도 유죄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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