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최저임금심의위 첫 전원회의
폐업 위기 소상공인 차등 실현해야
지난해 7월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0차 전원회의서 류기정 사용자 위원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22일 첫 전원회의를 열고 심의를 개시한다. 최저임금위 위원들은 첫 심의 후 90일 이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제껏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진 경우는 9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최저임금위 회의는 파행적이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극한의 상황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대립을 자제하고 상생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기업 현장은 업종을 불문하고 역대 최악의 시련을 겪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미국발 관세폭탄에 짓눌려 사업계획을 전면적으로 새로 짜야 할 처지다. 내수업종의 어려움은 극심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103.8로 1년 새 3.8%나 떨어졌다. 생산지수는 매출 기반으로 산출된다. 이 지수가 하락세를 보인 건 22개월째라고 한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가장 긴 불황으로,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경기불황에 내수기업들의 일자리는 말할 수 없이 움츠러들고 있다.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지난해 1·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뒷걸음쳤다. 팬데믹 창궐기 이후 가장 긴 감소세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폐업 건수도 급증세다. 지난 1·4분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만5000여명 줄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만명 이상 늘었다.
최저임금위에서 영세업체들의 고통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지금 같은 불황에서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대부분의 영세업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8년 이후 최저임금은 50% 이상 올랐다. 기업 규모나 업종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정해졌다. 중기·영세업체들은 규모별, 업종별 생산성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매번 소용이 없었다.
선진국 대부분은 자국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다. 우리만 동일 적용으로 어려운 기업들을 궁지에 몰고 있다. 노동계는 차등 적용 불가를 신념처럼 붙들고 있다. 음식점, 숙박업, 택시운송업, 편의점 등의 업종만이라도 차등 적용하자는 사측 제안은 과하지 않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없고 저임금 업종에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지난해 최저임금위 막판 회의에선 이 문제로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했다. 노동계는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전체 일자리와 영세기업의 사정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위는 기업들이 올해 초유의 대내외 악재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대한상의 설문조사에서 대기업 159개사 중 47%가 가장 우려하는 노동이슈로 최저임금 인상을 꼽았다. 인건비 비중이 큰 유통업체와 건설사들이 특히 높은 응답 비중을 보였다. 유통기업의 경우 파견이나 계약직 등 최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다. 건설사도 기본급 초봉이 최저임금 수준인 곳이 적지 않다. 불확실성이 큰 경제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중견·대기업에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인상률을 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근로자 보호가 목적인 최저임금제가 근로자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다. 현실을 반영한 차등 적용과 제도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전문가 그룹이 거시경제를 감안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논의 구조도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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