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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국 구리, 美 공급망 기여" 논리 최대한 활용해야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입장 제출
반도체 등서도 알아듣도록 설득을

[fn사설] "한국 구리, 美 공급망 기여" 논리 최대한 활용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미국 당국에 한국산 구리에 관세를 매겨 수입을 제한하면 대미투자에 상당한 차질을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관보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와 관련, 우리 측 입장을 제출했다. 미국의 핵심 교역국으로서 대미 경제 기여를 명확히 알리고 강한 우려를 표시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구리 수입제한은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다른 대미 수출품의 관세 부과와 일맥상통한다. 이는 정부의 입장문에서 확인된다. 첫째, 한국산 구리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 둘째, 미국 경제와 공급망 안정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 셋째, 미국 내 구리 가격을 인상해 궁극적으로 미국 제조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요약하면 미국이 한국산 구리 수입을 일괄 제한하면 국산 동박을 필수소재로 사용하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타격을 입는다. 이들 기업이 미국에 465억달러를 투자, 1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드는 일도 어렵게 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손해라는 것이다. 구리뿐 아니라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관세폭탄에도 동일한 주장이 가능하다. 대미 설득전에 선제적이며 강하게 나가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멋대로 쓰고 있다. 이를 활용해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25% 관세를 때렸다. '유연성을 두겠다'고는 하지만, 어떻게든 트럼프는 반도체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반도체 수입제한은 산업용 구리보다 파장이 수백, 수천배는 크다. 반도체는 국방과 모든 산업의 필수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총 400억달러 정도를 투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미국의 경제안보 충격은 불가피하다.

중국을 때린 무차별 관세폭탄은 돌고 돌아 미국 본토에 떨어져 자국 경제를 들쑤시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이 급락했다. '정부 부채 폭증→개인 이자 부담 가중→주택시장 연쇄 붕괴'라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아이폰은 가격 폭등 조짐에 사재기까지 벌어지고, 자동차 등 제조기업은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 중국은 145% 관세에 맞서 미국 산업의 급소인 희토류 수출을 막아버렸다.

미국의 일시적 '관세 후퇴'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전열을 가다듬고 대응력을 높일 기회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안보에 기여하는지, 관세 부과로 지속적인 투자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우리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다. 강대국에 저자세로 일관해도 협상에 유리하다는 보장은 없다. 내주고 양보하는 만큼, 할 말은 하고 관세 면제조치와 같은 얻어낼 것은 분명히 가져와야 하는 것이다.
반도체·배터리 등 주요 산업 협회·단체장들이 잇따라 미국 주요 인사를 만나 설득전에 나선다고 한다. 민관이 합심해 우리 입장과 대미 기여의 중요도를 알려야 한다. 알아들을 때까지 설득 또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