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부터 곳곳서 싱크홀...장마철 확대 우려
공사장 인근 '요주의 구간'...지반 약화 심각
비 오면 흙 떠내려가..."연 2회 정기 검사 지속해야"
지난 3월 31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땅꺼짐(싱크홀) 사고 현장에서 강동수도사업소와 서울아리수본부 관계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서울시 곳곳에서 싱크홀(땅꺼짐)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강동구 등 3월까지 5건의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다. 추세를 이어갈 경우 장마철에 싱크홀 사고가 확산될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폭우로 지반 침하가 가속화될 것을 감안해 서둘러 우려 지역 선별과 대비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12건의 싱크홀 사고 가운데 5건이 서울시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구 4건과 마포구 1건 모두 지하 공사 현장이나 지하철역 인근에서 발생했다.
시와 소방 당국은 스며든 물로 인한 지반 약화를 싱크홀의 주범으로 꼽고 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867건 중 394건(45.4%)이 하수관 손상으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분으로 점성이 높아진 흙이 이동하며 주변 지반을 함께 끌고 내려가는 현상이 지표면에 나타나면 싱크홀이 되는 식이다.
최근 공사장 인근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고들은 미량의 물에도 싱크홀이 생겨날 정도로 지반이 약화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호우가 내리지 않았음에도 최근 내린 비나 누수로 봄철부터 이른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공사를 위해 1차적으로 땅을 파낸 이후 다시 채우는 '되메우기' 과정에서 층층이 지반을 다지지 못하는 경우도 지적됐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층층이 쌓여있던 지층 대신 한꺼번에 흙을 채울 경우 지표면으로부터 3m 이상 깊이까지 지반을 다질 수 없다"며 "그 밑으로는 공동이 생겨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마철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면 약해진 지반에 대량의 물이 유입되며 침하가 가속화될 우려도 커진다.
통상 지표면 3~4m까지 공동이 커질 경우 지표면 균열 등의 전조현상이 나타난다. 흙이나 콘크리트 등으로 공동을 메울 수 있는 보강작업의 데드라인이 되는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정에 복귀한 첫 날에도 '싱크홀 대책회의'가 주요 안건에 올랐다.
서울시는 지표투과레이더(GPR) 등을 활용해 사전에 침하가 예상되는 주요 구간 파악에 나서고 있다.
다음달까지 관내 도시·광역철도 건설공사 구간과 주변도로 탐사를 집중 실시하고 그 결과를 ‘서울안전누리’에 공개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8개 자치구에서 선정한 50개 우선 점검지역 45㎞ 구간에 대한 GPR 탐사 역시 이달 내로 완료하기로 했다.
조 교수는 "봄철과 장마철 연 2회 가량의 정기적인 조사를 누적해 진행해야 한다"며 "서울 뿐 아니라 모래·자갈 등 지반이 약하거나 강·하천 인근지역, 강수 지역 등 물과 인접한 곳 모두 침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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