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화들짝' 핵무장설 부인한 정부..민감국가 미궁속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민감국가' 지정이 핵무장 추진, 무리한 원전수출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들에 대해 우리 정부가 모두 적극 부인에 나섰다.

자칫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해 핵무장 추진을 시인하는 꼴이 되면 더욱 큰 경제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정치적 공방이 우려되는 점이다. 정쟁을 일단 멈추고 장기적 국익을 위한 차분한 내부 단속이 요구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윤석열 정부의 현실성 없는 핵 무장론, 원전 수출 무리한 강행 때문에 이날 민감국가에 지정된 게 아니냐라는 질의를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으로부터 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월 11일 국방부·외교부 신년 업무보고에서 "문제가 심각해지면 전술핵 배치나 자체 핵 보유도 가능하다"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김 의원의 질의에 대해 "국익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말씀"이라며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전부 다 사실무근"이라고 적극 부인했다.

또한 이날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민감국가에 지정된 이유와 관련해선 "지금까지도 정확히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고, 미국도 발표를 안 하는 상황"이라며 정확한 원인 파악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와 관련 '핵 자강론'을 주장하는 강성층에선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남한도 이참에 핵보유를 해야한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우리 정부가 핵무장론을 원인으로 스스로 시인하기 어렵다. 자칫 엄청난 경제제재를 당할 수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도 최근 독자 핵무장론에 대해 "보기엔 그럴듯해도,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을 깨고, 국제원자력기구에서 탈퇴해야 하며, 경제제재로 북한 같은 삶을 각오해야 한다"며 거부감을 보인 바 있다.

원전수출 경쟁이 민감국가 지정 원인이라고 시인하는 것도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향후 K원전 수입국들이 미국을 의식해 한국산 원전 도입을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미 트럼프 행정부와 통상협상 과정에서 수면위로 다시 떠오를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원인을 직접 밝힐 가능성도 거의 없다. 한국이 지난 1981년에 처음 민감국가 지정이 됐을때도 그 원인이 한국의 핵 무장 시도때문이었다는 것도 반세기 가까이 지나 최근에 공개됐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정부에서 2차로 발효된 민감국가 원인도 향후 수십년 뒤에야 밝혀질 수도 있다.

앞으로 우리 정부는 민감국가 해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현 정부 내에서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981년도에 우리가 민감국가로 지정된 뒤 해지하는 데 13년이나 걸렸다.

1980~1990년대에 한국은 핵 자강론, 계엄사태 등이 겹치면서 민감국가 제재를 장기간 받았다.
1981년부터 지정됐던 민감국가 해제를 위해 정부는 1993년 한미간 첫 '과학기술공동위원회' 회의를 열고 사태해결에 나섰고 이후 비핵화를 분명히 천명하면서 1994년 7월에야 간신히 해제됐다.

'화들짝' 핵무장설 부인한 정부..민감국가 미궁속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하고 있다. 뉴시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