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재배 활동을 중심으로 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농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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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조현병·우울증 환자가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거두면서 치료가 됐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환자들이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 우울감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수가 체계에 치유농업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치유농업은 농업, 농촌 자원을 활용해 신체적,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활동이다.
치유농업, 정신의료기관 실증으로 효과 입증
16일 농촌진흥청은 약물 중심인 기존 정신질환 치료를 보완할 수 있는 비약물적 심리 지원 기술로 치유농업에 주목하고, 그 효과를 의료기관 현장 실증을 통해 입증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전북특별자치도 마음사랑병원, 신세계병원에서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70여 명(입원·외래진료 환자)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참여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은 기존 치료만, 다른 쪽은 기존 치료와 더불어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주 1회, 총 10~12회 병행했다.
연구진은 조현병 환자와 우울 고위험군을 위한 프로그램 2종을 개발했다. 치유농업을 병행한 조현병 환자군은 기존 약물치료 중심 치료만 받은 집단보다 무의욕·감정표현 감소 등 음성증상이 10% 감소했다. 우울감·불안 등 일반정신병리증상도 23% 줄었다. 프로그램 적용 전후 심장 안정도는 전보다 12%, 자율신경활성도는 13% 향상됐다. 신체적 이완과 스트레스 조절 능력이 개선됐음을 뜻한다.
우울 고위험군을 위한 ‘인지행동전략 프로그램’은 식물생애주기를 사용자 삶에 연계해 부정적이거나 왜곡된 사고를 긍정적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 우울 고위험군은 치유농업 적용 전보다 우울감이 30% 감소했다. 감정 안정과 내면 성찰 능력 향상을 보여주는 상대적 세타파(RT)는 29% 증가했다.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를 나타내는 상대적 알파파(RA)도 18% 증가했다.
의료 수가 항목 신설 노력도
특히,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입회한 가운데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실제 의료수가를 청구해 치유농업의 의료 현장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청구한 의료수가는 ‘작업과 오락요법’, ‘지지 표현적 집단정신치료’ 항목이다. 향후 농진청은 의료수가에 치유농업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자들은 1회 치유농업 치료에 약 3만원을 냈다. 1인당 수가는 작업과 오락요법은 약 4000원, 집단정신치료는 8520원이다. 의료수가는 건강보험에서 의료행위나 서비스에 대해 정해놓은 가격이다.
김광진 농진청 도시농업과장은 “치유농업 자체로 하나의 (수가) 코드가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좋은 현상이다. 이런 실험을 통해 치유농업이 수가를 받는 항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이달부터 전북특별자치도 내 정신건강 증진기관 9곳에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별도로 전국 4개 권역, 정신건강 증진기관 10곳과 8개 치유농업시설이 연계된 맞춤형 현장 실용화 사업을 추진한다. 이 연계 상호협력모형(모델)을 전체 정신의료기관으로 확산한다면, 2028년에는 약 23만명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농진청 김명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이번 연구는 치유농업이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비약물 치료 방법의 하나로 적용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데 의미가 있다”며 “치유농업이 약물 치료 보조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신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효과 구명 연구와 더불어 제도화, 산업화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치유농업 본격화
한편 치유농업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은 2020년 제정, 2021년 시행됐다. 오는 6월부터 치유농업인증제가 시행된다. 정식 인증은 받지 않았지만 치유농장은 552곳이다. 치유농업사 1·2급 자격증도 있다.
현재 2급 합격자가 684명이다. 1급 치유농업사가 되기 위해서는 2급 치유농업사·국가기술자격·관련학과 학위 등을 취득한 후 관련 업무에 일정기간 종사해야 한다.
김 원장은 “치유농장을 운영하기 위한 농장주들은 교육 시간을 이수하고 일정 기준 시설을 충족하면 치유농업 인증을 받을 수 있다”며 “치유농업사 자격증이 있는 농장주 또는 치유농업사가 내방객을 통해 프로그램을 운영해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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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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