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EU와 협상 나선 美, '10% 상호관세는 무조건 받아야' 고집

EU, 14일 미국에서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첫 관세 협상 나서
트럼프 협상팀, 상호관세 유연하다면서 무조건 10%는 받겠다고 주장
품목별 관세도 못 줄이겠다고 고집
해외 공급망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해 일정 수준의 관세 유지 원해
EU 협상팀, 너무 자주 바뀌는 美 입장과 모호함에 질려

EU와 협상 나선 美, '10% 상호관세는 무조건 받아야' 고집
지난 2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상호관세 목록을 설명하는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설명을 거들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세계 185개 국가 및 지역에 무차별 ‘상호관세’를 부과한 미국이 유럽연합(EU)과 첫 협상에서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상호관세를 완전히 물리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미국 산업을 구조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고집하겠다는 의지로 추정되며, 미국이 EU가 아닌 한국 등 다른 국가와 협상에서도 같은 태도를 보일지 의문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전날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났다. 이들은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무역 협상을 시작해 약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는 EU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25% 품목 관세를 추가했으며 지난 2일부터 10%의 기본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는 9일 국가별 추가 상호관세를 발효한 직후 이를 다시 90일 동안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기본 상호관세(10%)를 유예 기간에도 계속 유지한다고 알렸다.

EU에 부과된 상호관세는 총 20%다. FT는 14일 워싱턴DC 협상 내용을 보고 받은 2명의 유럽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협의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미국 협상팀이 해외로 빠져나간 산업 공급망의 미국 귀환을 위해 일정 수준의 추가 관세를 유지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관계자 중 하나는 "미국은 자동차·철강 등에 대한 관세는 줄일 수 없다면서 상호관세는 유연하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조차 10%가 하한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 도대체 어디에서 유연함을 발휘한다는 것인가"라고 불평했다.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내 혼란 때문에 무엇이 그들의 진심이고 무엇이 협상 전략인지 분간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는 입장을 수시로 바꾼다”면서 “대체 누가 실제 권한을 갖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무엇에도 확답을 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전략처럼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5일 올로프 길 EU 무역부 대변인은 EU가 양측의 모든 산업 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를 거듭 제안했다며 "미국이 이 협상에서 무엇을 바라는지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이란 양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EU는 제안을 했으니 이제 미국이 보다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길은 "EU는 계속해서 이 협상에 건설적인 태도로 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90일 유예 기간 안에 결과를 도출하려면 양측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올해 상호관세를 도입하면서 무역 상대가 미국 제품에 부당하게 높은 관세를 메기는 만큼 상대국에 관세를 더해 공정한 무역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8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상호관세 협상에서 관세뿐만 아니라 산업이나 안보 문제에서도 원하는 합의를 이루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앞서 EU가 지난해 미국과 상품 무역에서 2350억달러(약 334조원)의 흑자를 봤기 때문에 불공정 무역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EU가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와 자동차를 더 많이 사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럼프는 동시에 미국산 닭에 대한 EU의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했다.

올로프 길은 셰프초비치가 14일 협상에서 “관세 범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셰프초비치는 미국과 EU 모두 공산품에 한해 관세를 받지 말자고 제안하면서 국제적인 철강·알루미늄 과잉 생산에 대해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셰프초비치는 15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미국과 상호 무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모두 협의할 의향이 있다”고 적었다.
그는 동시에 식품과 보건, 안전 기준 및 디지털 시장에 적용되는 규정은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U와 협상 나선 美, '10% 상호관세는 무조건 받아야' 고집
지난 5일 독일 에센의 화물 터미널에 신차들이 세워져 있다.EPA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