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시작으로 김문수·나경원·안철수·유정복 서울시청 방문
입 모아 "오 시장 비전, 내가 잘 구현할 수 있어"
중도 확장성 큰 오세훈 지지층 이어 받으려는 듯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16일 서울시청을 차례로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회동했다. 왼쪽부터 이날 회동을 마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오 시장, 안철수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6·3 조기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경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높이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5일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만찬을 시작으로, 다음날에는 김문수·안철수·나경원·유정복 예비후보와 연달아 만났다. 탄핵 정국에서 높은 중도 확장성을 바탕으로 국민의힘 잠룡 '1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만큼 경선 후보들이 오 시장의 지원 사격을 탐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16일 하루에만 4명의 국민의힘 경선 후보를 만나면서 서울시 정책과 자신의 비전을 전달했다.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김 후보와 조찬을 했고, 11시 20분부터 나 후보와 차담 시간을 가졌다. 이후 안 후보와 오찬을 한 뒤 유정복 후보와도 면담을 했다. 전날에는 홍 후보와 저녁 식사를 했다.
오 시장은 후보들에게 디딤돌 소득·서울런·약자동행지수 등 서울시 정책이 담긴 자료집과 USB를 건네며 '약자와의 동행' 정책을 펼쳐 달라고 전했다. 후보들은 모두 오 시장의 시정을 높게 평가하며, 서울시 정책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오 시장의 비전을 공약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후보들은 모두 '오 시장의 비전을 자신이 잘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의 지원 사격을 받아 오 시장의 지지층을 품기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조기대선 잠룡 중 최우선 순위로 평가받았던 인물이다. 김문수 후보가 강성 보수의 지지를 바탕으로 지지율 1위를 사수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중도 확장성이 있는 오 시장의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 시장은 대선 레이스에서 이탈했지만 중도 소구력이 남아있는 만큼 국민의힘 후보들이 앞다퉈 오 시장을 포섭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오 시장은 지난 12일 불출마선언에서 "저의 비전과 함께 해주시는 후보는 마음을 다해 도와 정권 재창출에 매진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앞으로도 경선-본선에서 오 시장 역할이 클 것이라는 이야기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력 후보였던 오 시장이 경선 레이스에서 이탈하면서 김이 샜다"며 "서울시장이라는 요직을 맡고 있는 만큼 오 시장의 움직임이 대선 국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오 시장을 향한 후보들의 구애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자신만의 경쟁력이 부족해 오 시장의 힘을 빌린다는 분석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본선에서 민주당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만의 비전과 정책이 필요하다"며 "다른 인물에 기대려는 모습으로는 최종 승리를 그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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