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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인 4% ‘성인 ADHD’ 환자로 추정

주의 산만하고 집중력 떨어지면 질환 의심해봐야
온라인 플랫폼 통한 무료 자가진단테스트 효과적
온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 “약물 등으로 치료가능”

우리나라 성인 4% ‘성인 ADHD’ 환자로 추정
우리나라 성인의 4%가량이 '성인 ADHD' 환자로 추정,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50대 A씨는 요즘 회사에서 중요한 서류나 마감일을 자주 깜빡한다. 게다가 느슨해진 집중력 탓에 업무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잦다. 이는 곧바로 상사나 동료들끼리 말다툼의 빌미로 작용해 퇴사까지 고려하고 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족과의 대화에서 말을 자꾸 끊거나, 화를 버럭 내는 바람에 소통이 어렵다.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감정 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급기야 아내로부터 “분노조절장애환자”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회사나 집에서까지 따돌림을 당하다는 생각에 술에 의존하던 그는 결국 정신과 진료실을 찾았다.

A씨는 검사결과,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진단됐다. ADHD는 통상 발달장애의 하나로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성인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약 4%가 성인 ADHD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ADHD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해 2021년에 10만 2322명으로 2017년의 2배에 이르렀다. 특히, 성인 ADHD 환자 수가 2017년 7748명에서 2022년에는 3만 5042명으로 350%나 급증했다.

부산·울산·경남권의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인 온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 이수진 과장(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은 “성인 ADHD는 어린 시절부터 지속되거나, 성인이 되면서 새롭게 나타나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를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소아 ADHD의 유병률은 일반 인구의 약 6∼9%이며, 이 중 절반 정도는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고 이 과장은 덧붙였다.

ADHD는 뇌의 주의 집중 능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 물질이 영향을 미치며, 뇌의 특정 부위 구조와 기능 변화도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 성인 4% ‘성인 ADHD’ 환자로 추정
온병원 제공
성인 ADHD 증상은 주로 주의력 결핍과 충동성으로 나타난다. 충동적인 과잉 행동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감소하는 경향이 있으나, 집중력 문제는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A씨처럼 일상생활에서 작은 일들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반려동물의 식사, 공과금이나 카드결제 대금 납부, 청소 등을 자주 잊어버리거나 미루는 경향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온병원 이수진 과장은 “성인 ADHD는 치료가 가능하며,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 ADHD 치료에는 주로 자극제와 비자극제 약물이 사용된다고 한다.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은 자극제 약물로,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충동성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약물은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며, 대개 4∼6주 내에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아토목세틴과 구안파신 등 비자극제 약물은 자극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장기간 사용에 적합하다.

인지행동치료(CBT)도 성인 ADHD 환자들이 스스로 생각과 행동 패턴을 인식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CBT는 시간 관리, 조직력 향상, 감정 조절 등의 기술을 배우는 데 유용하다.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 충분한 수면 등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ADHD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중요한 일정을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일도 성인 ADHD 치료에 효과적이다.

성인 ADHD는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성인 ADHD를 자가 진단하는 방법은 자가보고척도(ASRS)를 사용한다. ASRS는 성인 ADHD를 간단하게 평가할 수 있는 도구로, 18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가보고척도(ASRS)의 파트 A는 6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어떤 일의 어려운 부분을 끝내놓고 그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해 곤란을 겪은 적이 있나 △체계가 필요한 일을 해야 할 때 순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나 등 6개 문항 중 4개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추가적인 검사와 면담이 필요하다.

온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 최세지 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온라인 테스트 결과는 참고용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인 ADHD는 종종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증 등 다른 정신 건강 문제들과 공존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어렵다고 최 과장은 덧붙였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