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연구소 '웰스 리포트'
부자 74% "실물경기 악화" 전망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투자 방점
예금·금·채권 순으로 자산 선호
40대 이하, 가상자산에 '우호적'
위험성 있지만 성장 가능성 충분
올해 부자들은 불황형 투자를 결정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올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자들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40대 이하 부자, 이른바 '영리치' 10명 가운데 3명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높은 변동성을 우려하면서도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16일 하나은행 손님 3010명의 금융행태를 분석해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발간했다. 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 884명, 대중부유층(금융자산 1억원 이상∼10억원 미만) 1545명, 일반대중(금융자산 1억원 미만) 58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와 프라이빗 뱅커(PB)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부자의 74.8%는 올해 실물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부자 응답자도 63.8%였다. 부자들은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65.7%가 '향후 1년간 현재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자산비중을 조정하겠다는 이들의 경우 '부동산보다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겠다'(15.2%)는 응답이 '금융자산 비중을 줄이고 부동산 비중을 늘리겠다'(8.4%)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부자들은 '올해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무게를 둘 것'이라며 투자 의향이 있는 자산으로 예금(40.4%)을 제일 많이 꼽았다. 이어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금(32.2%)과 이어 금리인하시 가격이 상승하는 채권(32.0%)에 대한 투자수요가 높았다. 아직 채권투자를 하지 않는 부자들도 새로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는 응답이 다른 금융상품 대비 높았다.
그 다음으로 직접 투자하지만 지수를 추종, 안정적으로 수익을 관리하는 상장지수펀드(ETF·29.8%)에 대한 선호가 컸고, 주식(29.2%)을 통한 직접투자가 뒤이었다. 연구소는 "대내외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부동산 투자는 상대적으로 후순위였다. 아직 부동산에 거품이 끼었다는 판단이다. 올해 부동산 매수 의향은 44%로 전년(50%)대비 하락했고, 매도 의향은 34%로 전년(31%) 대비 소폭 상승했다. 시장의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기회를 탐색하거나 부동산보다 금융 투자를 다양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부자들은 가상자산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향후 발전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이들은 투자자산으로서 가상자산(코인)에 대해 '위험성'에는 대다수가 동의하지만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 부자들의 약 30%가 가상자산 투자경험을 갖고 있으며, 과거보다 보유 코인의 종류와 규모가 모두 증가했다.
가상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5%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대중부유층의 3분의 1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자산 투자자의 34%는 4종 이상 코인을 보유해 과거보다 보유 코인 수가 늘었고, 목돈을 한 번에 투자하기보다 수시로 매입하는 경향도 높아졌다. 가상자산에 1000만원 이상 투자하는 부자의 비율이 70%를 넘어 평균 투자액이 과거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관심을 갖는 이유는 '수익률'이 절대적(43%)이었다.
투자 접근성(37%)이나 우호적 환경 등 성장 가능성의 영향(34%)의 순이었다. 특히 '영리치'들은 가상자산을 위험하지만 새로운 투자영역이라고 인식, 50대 이상 올드리치의 약 3배 수준으로 가상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금융연구소 윤선영 연구위원은 "부자가 가상자산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곧 해당 영역의 성숙을 의미한다"면서도 "제도적 안전망이 미흡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아 가상자산의 호불호는 명확히 갈렸다"고 전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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