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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역대 최대 순익 낸 금융지주, 상생과 혁신도 강화를

작년 순익 24조, 올해도 최대 전망
불황에 자금난 겪는 기업 지원해야

[fn사설] 역대 최대 순익 낸 금융지주, 상생과 혁신도 강화를
16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 ATM 기기 모습./사진=연합뉴스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역대 최고 순익을 거뒀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이 16일 발표한 지난해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 잠정치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NH 등 10개사 연결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0.8% 증가해 24조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21조원규모였는데 지난해 이같이 훌쩍 불어났다.

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은 금융지주 이익의 60%를 차지하는 은행권 이자수익 효과 덕분이다. 최악의 불황과 경기침체에 자금 압박이 심각한 중소·영세 기업들 처지와 너무나 대비된다. 금융사는 스스로 사회적 역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체질을 바꾸고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이제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본다.

금융사는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를 이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 1·4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총 4조8858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14%가량 증가한 수치다. KB금융지주는 무려 순이익이 5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KB의 연간 순익전망도 기록적이다. 지난해 처음 5조원대에 진입한 데 이어 올해는 5조원대 중반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신한금융의 순익도 지난해보다 10% 넘게 증가해 처음으로 5조원대를 웃돌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사의 실적 잔치가 기관의 부단한 노력과 과감한 도전의 성과물이라면 크게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우리 금융사들의 막대한 이익은 여전히 자체 영업력의 쾌거라기보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정책과 엇박자 금리 결정구조 영향이 크다. 실제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금리는 떨어졌으나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으로 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오르는 상황이 계속됐다.

금리인하 혜택이 빚에 시달리는 금융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은행권 배만 불렸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금융사는 한술 더 떠 이익이 큰 가계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위해 기업대출을 줄이기까지 했다. 내부에선 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 인센티브 잔치를 벌였고 사회적 비난엔 눈감았다. 이런 행태가 근절되지 않으면 금융에 불신만 쌓이고 국가 경제에도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역대 최악인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벼랑 끝에 몰렸다.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미국발 관세폭탄을 앞둔 수출기업들의 압박감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기 힘든 가계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제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금융권이다. 취약층의 채무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을 적극 살펴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자장사에만 국한된 영업을 극복하는 일도 숙제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분류한 글로벌 시스템중요은행(GSIB) 40개 중에 한국 은행은 한 곳도 없다. GSIB는 부실화할 경우 전 세계 금융안정에 치명적 위협을 줄 수 있는 코어은행을 말한다.
주요 7개국은 코어은행 1곳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수익처 다변화, 해외진출, 디지털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금융권의 과도한 규제를 풀고 후진적 금융환경을 개선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