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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대회 아냐?" 트랜스젠더들, 유명해지려 몰리는 행사 뭐길래

태국 카드 뽑기로 입대 결정
빨간색은 2년 복무, 검은색은 면제
일부 트렌스젠더 외모 알리려 군 징집 추첨장 찾아

"미인대회 아냐?" 트랜스젠더들, 유명해지려 몰리는 행사 뭐길래
태국의 군 징집 추첨장이 유명해지려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무대가 되고 있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 캡처>

[파이낸셜뉴스] 태국의 군 징집 추첨장이 유명세를 얻으려는 트랜스젠더들의 무대가 되고 있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태국은 병역법에 따라 모든 남성에게 국방에 대한 복무를 요구한다. 21세가 되면 징병 추첨에 참여해야 한다.

각 참가자는 빨간색 또는 검은색 카드가 담긴 봉투를 수령한다. 빨간색 카드는 2년 동안 태국 군에 입대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검은색 카드는 면제를 뜻한다.

지난 1일 시작된 올해 징병 추첨에서는 군 복무를 피하고자 입에 부적을 물고 참가하는 남성도 있었다. 해당 행사는 일반 입영 대상자보다 면제를 위해 법적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로 꼽힌다. 추첨장에 나타나는 것만으로 주목받기 때문이다.

태국 북부의 한 구청에서 열린 징집 첫날, 나콘사완 출신의 커뮤니케이션 예술 4학년 학생인 23세 트랜스젠더 여성 아릿 카니카가 세 번째로 징집에 참여했다. 그는 서류가 제대로 갖춰진 상태라 군 복무에서 면제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2년 전에는 건강 검진을 받을 시간이 없어서 미뤘지만 올해는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고 성 정체성 증명서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트랜스젠더 여성은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의료 문서를 제출할 경우 '복무 부적합'으로 분류돼 군복무에서 면제될 수 있다.

앞서 22세의 트랜스젠더 여성인 칸통 파사라폰은 이전 징병 추첨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100개의 미인 대회에 참가한 그는 여러 챔피언십 타이틀을 획득했으며 '태국 베이 엔젤'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방콕 스리파툼 대학교의 학생이자 캠퍼스 홍보대사인 22세 파리다 케라유판은 지난해 징병 추첨장에 참가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가 급증했다.
현재 그의 SNS 팔로워는 15만명이다. 한 누리꾼은 "징병 추첨장이 또 다른 미인대회처럼 변했다. 이 나라는 우리를 끊임없이 놀라게 한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