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비용제 상당 부분 달성에도
장기간 개선없어 신뢰·효과 상실
노조 "적격비용제는 실패한 정책"
경쟁 촉진 간접 규제로 바뀌어야
영세·중소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2012년 만들어진 '적격비용(원가) 제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기간 제도가 개선 없이 고착되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이에 적격비용 제도를 대체할 새 제도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쟁 촉진, 투명성 강화,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한 간접 규제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효과 사라진 '적격비용'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원가 이하의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된 영세·중소 가맹점은 전체 319만4000개 가운데 95.8%에 이른다. 대부분 가맹점에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면서 적격비용 제도에 대한 신뢰와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적격비용 재산정 과정에서 "영세·중소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제도는 도입 목적을 상당부분 달성했다. 3년 주기 적격비용 재산정에 따른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재산정 주기를 원칙적으로 6년으로 조정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적격비용 제도가 경제적 이유와 무관하게 정치적 상황 변화나 필요로 언제라도 재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카드사 노동조합들도 지난해 입장문을 통해 "수수료 추가 인하를 모색하는 금융당국의 적격비용 제도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며 "일방적 수수료 인하정책은 카드 산업의 건전성과 다양한 소비자 혜택들은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학계나 카드업계에서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유연하게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003년 적격비용 산정방식을 기반으로 신용카드·직불카드 정산수수료 규제를 도입한 호주도 사실상 제도를 포기한 상황이다. 규제 도입 후 호주에서 신용카드 수익은 감소하고, 연회비와 같은 고객의 부담이 증가하는 등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2016년 적격비용 기반 산정체계를 폐지했다.
■경쟁 통한 자율경쟁 필요
학계와 카드업계는 단기적으로는 획일적 3년 주기 재산정 대신, 금융시장 급변에 따른 수수료율 변동 요인 발생 시에 적격비용을 재산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 적격비용 제도를 대신할 새로운 제도에 대한 논의와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사례처럼 경쟁 촉진을 통한 간접적 규제방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정부는 카드 수수료 관련 다양한 규제를 두고 있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경쟁 촉진, 투명성 강화,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한 간접적인 규제가 중심이다.
또 미국 법무부는 비자가 카드시장에서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경쟁을 억압했다는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독과점 구조를 해소해 시장구조를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적격비용 제도 도입 초기에는 합리적이었기에 카드사들도 이익을 포기하고 동참했다"며 "자율에 맡길 경우 다시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를 높이 올릴 수 있다고 우려된다면 시간을 가지고 새 제도 도입에 대해서 논의했으면 한다. 이제 간편결제업체도 시장에 들어오는 등 산업의 환경이 바뀐 만큼 새 제도를 만들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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