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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일 중심 채무조정체계 개선 검토...채무감면에 상환능력 반영

신복위, 워크아웃 모형 개발 진행

연체일 중심 채무조정체계 개선 검토...채무감면에 상환능력 반영
서울 서초구 일대 채무 관련 법무법인 광고물. 사진=연합뉴스

#. 자영업자 A씨는 빚에 허덕이다 지난달 폐업했다. 배달일 등 부업을 하면서 빚을 갚으려고 했지만 5개 금융사로부터 받은 수억원의 채무액을 갚을 방법이 막막한 형편이다. 결국 원금감면을 받을 수 있는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키로 했으나 신용회복위원회 상담과정에서 연체기간이 90일 이상이어야 신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걱정이다. 지난주부터 연체가 시작되면서 추심전화와 압류경고가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데 앞으로 3개월을 버틸 수 있을지 막막하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제도가 연체기간이 아닌, 채무과중도 및 채무자 상환능력을 기준으로 개편된다. 현재는 연체기간이 길어질수록 원금감면 폭이 커지지만 앞으로는 채무과중도와 채무상환 능력까지 감안해 원금감면폭이 결정된다.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로 채무조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회복위원회는 최근 '채무과중도 및 채무자 상환능력에 기반한 채무조정 감면 모형 개발용역'을 발주했다.

신복위는 "현재는 채무자의 연체일수를 중심으로 채무감면 수준을 달리하는 채무조정제도를 운영해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감면지원에 한계가 있다"며 "채무자의 상환능력과 채무과중정도의 합리적인 평가에 기반한 채무조정 감면 모형을 구축해 연체일수 중심의 현행 채무조정체계를 개선하고, 개인 채무조정제도의 형평성과 공정성 제고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신복위 채무조정제도는 연체기간에 따라 △신속채무조정(30일 이하 연체) △사전채무조정(31~89일 연체) △개인워크아웃(90일 이상 연체)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신속·사전채무조정은 연체이자 감면, 개인워크아웃은 이자 전액감면에 더해 원금도 최대 90%까지 감면된다.

원금감면이 가능한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90일 이상 연체가 필요하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는 일부 취약계층에 한해 90일 미만 연체자에 대해서도 원금 일부 감면이 지원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서민·자영업자 맞춤형 금융지원 확대 방안' 후속조치로 연체일수 30일 이하 단기 연체자인 기초수급자, 중증장애인, 7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 최대 15%까지 원금 감면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신복위 관계자는 "현행 채무조정제도는 연체 횟수가 늘어날수록 채무감면 폭이 커지는 형태"라며 "연체가 충분히 경과되지 않았더라도 상환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사람에게 원금감면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신복위는 이번 모형 개발을 통해 실효자 및 정상납입자 통계 등을 활용해 채무자의 상환여력을 평가 및 정량화해 채무과중 점수를 산출 및 그룹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채무자의 상환여력과 채무과중 점수 등을 기준으로 원금 감면율을 차등 적용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채무감면 모형을 모델링할 계획이다.

이번 제도개편은 경기불황 장기화와 내수침체로 채무조정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추진되는 것이다.
올해 2월 기준 서민금융진흥원 보유채권 중 채무조정을 이용 중인 건수는 총 38만2000건에 이른다. 지난 2022년 17만8000건에서 2023년 25만7000건, 2024년 36만9000건 등으로 3년 만에 3배 넘게 늘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신청자도 12만명에 육박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