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방송 "영국 사람들의 마음에 정서적으로 자리한 나무"
런던 엔필드 자치구의 화이트웹스 공원 외곽에 있던 500년된 참나무가 잘려진 모습, /사진=BBC방송
[파이낸셜뉴스] 영국 런던의 한 레스토랑이 이달 초 500년 된 참나무를 잘라내면서 영국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를 두고 영국 사람들의 의식 속에 나무가 차지하는 정서적 위치가 얼마나 큰 지를 일깨워 준 사례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21일(현지시간) 런던 북부 엔필드 자치구에 위치한 유명 레스토랑 '토비 카버리'의 한 체인점에서 화이트웹스 공원 외곽에 있던 참나무를 벤 사실과 함께 영국 사람들의 반응을 전했다.
영국 환경 보호 자선단체 우드랜드 트로스트에 따르면 이 참나무는 런던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 중 하나다. 둘레는 6.1m로 런던에 있는 60만 그루의 참나무 중 크기가 상위 100위 안에 드는 나무였다.
이 나무를 토비 카버리 체인점이 지난 3일 베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토비 카버리의 소유주 미첼스 앤 버틀러스는 계약업체가 "건강과 안전에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나무를 자르라고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안전 때문이라는 레스토랑 측 설명에도 런던 사람들은 분노했다.
예술가인 아만다 더들리는 "팬데믹 기간 만남이 봉쇄되던 때 위안이 된 나무였다"고 아쉬움을 전했고 지역 주민인 파트마 사페르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500년 된 참나무를 향한 애도의 마음은 행동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부활절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공원 앞에 모여 나무 벌목에 항의하고 묵념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엔필드 주민이자 지역 '화이트웹스 수호자들' 단체의 회원인 샘 그레이시 틸브룩은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 오늘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시카모어 갭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트래킹 중이던 앨리스 와이솔이 지난 2023년 베어지기 하루 전 우연히 찍은 사진. /사진=BBC방송
BBC방송은 영국 사람들에게 나무의 의미가 얼마나 큰 지를 이번 사건이 보여줬다며 2023년 노섬벌랜드의 하드리아누스 방벽의 시카모어 갭 나무 사건을 끄집어냈다.
고대 로마 제국의 최전방이었던 하드리아누스 방벽의 시카모어 갭이라는 언덕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는 지난 1991년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로빈 후드: 도둑들의 왕자'에 등장하면서 '로빈 후드 나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이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이 나무가 잘려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사람들은 분노했고 다양한 방식으로 나무를 기억하기 위해 힘썼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잘려나간 나무에서 씨앗을 수집해 어린 나무로 키우려는 시도에 들어갔다.
잘려나간 나무 그루터기 주변 지역을 개선하고 재생하기 위해 모금 사이트엔 4000파운드(약 757만원) 이상이 모이고 그루터기를 인쇄물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번에 베어진 참나무 역시 영국 사람들에게 상실감을 줬다고 BBC는 전했다.
엔필드 시의회의 에르긴 에르빌 의장은 "임대인(토비 카버리 체인점)이 시의회의 허가나 조언 없이 이 아름다운 고대 참나무를 베어낸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이 나무가 살아있고, 봄잎이 자라기 시작했을 때 나무를 베었다"고 강조하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토비 카버리 체인점의 필 어번 대표는 "이 사건으로 인한 모든 분노와 상심에 대해 사과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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