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의료기관 가격 요인이 25% 기여
진료 빈도·고령화 영향은 제한적
한국개발연구원(KDI) 권정현 재정ㆍ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FOCUS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
[파이낸셜뉴스] 최근 건강보험 지출 증가의 주된 원인이 인구 고령화가 아닌 병원들의 과잉 진료로 인한 '진료 단가 상승'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동네 병원을 중심으로 외래 진료비 단가가 빠르게 인상되면서 전체 건강보험 지출을 늘려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이런 내용을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의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율은 중앙정부의 재정지출 증가율의 2배를 상회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인구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10년 전인 2009년 대비 28.0% 증가했다.
이번 보고서는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해 2009∼2019년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 흐름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격 요인'은 간겅보험 지출 증가에 76.7%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서비스 이용량을 뜻하는 '수량 요인'의 변화의 기여도는 14.6%,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인구 요인'은 8.6%에 불과했다.
의료비 상승의 주된 원인이 '진료비 증가'였다는 의미다.
가격 요인을 의료기관 종별로 다시 세분화해보면 동네 병원(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 진료비 증가의 24.9%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상급종합병원은 17.0%, 종합병원은 14.6%였다.
진료 형태별로 보면 입원서비스보다는 외래서비스에서 가격 요인의 상승 기여도가 컸다. 암 등 고비용 질환의 외래 중심 치료 전환, 진료 강도의 상승, 고가 서비스 이용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의료 이용 빈도 자체는 둔화 추세를 보였다. 입원서비스 이용은 2009년 대비 45.9% 증가했지만, 해마다 증가율은 점차 낮아졌다. 이용 빈도를 나타내는 수량 요인 기여도 역시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고령화에 따른 진료비 지출 증가는 초고령층에서 확인되긴 했으나, 전반적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65∼74세 '전기 고령층'에서는 오히려 진료 이용량이 줄면서 건강보험 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경향까지 나타났다.
과거보다 건강 상태가 좋은 '젊은 노인'이 늘어나면서 '건강한 고령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85세 이상에서는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가 뚜렷했다.
권정현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지출이 계속 늘어남에도 이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는 미비한 상태"라며 "현행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보완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이 '주치의'로서의 1차 의료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지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고비용 진료 억제 △묶음지불제 도입 △성과 기반 보상제도 △재정지출 평가체계 공식화 등의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 요인에 대한 검토와 그에 기반한 지출 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에 대한 평가를 정례화하고, 평가 결과에 근거해 지출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을 공식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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