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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에 중앙은행 통화주권 ‘흔들’...한은 “별도 규제체계 필요”

한국은행 2024년 지급결제보고서 발표
지급수단적 특성 갖는 스테이블코인 우려
법정통화 대체 시 통화정책·금융안정 저해
“중앙은행 관점에서 규제 방향 의견 제시”


스테이블코인에 중앙은행 통화주권 ‘흔들’...한은 “별도 규제체계 필요”
2024년 지급결제보고서 설명회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박준홍 결제정책팀장, 윤성관 디지털화폐연구실장, 이종렬 부총재보, 이병목 금융결제국장, 윤태길 결제감시부장, 최석기 결제인프라안정팀장.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향후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 가상자산 입법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키로 했다.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지급수단적 특성을 갖춘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통화로 이용될 경우 통화정책, 금융안정 등 중앙은행의 임무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한은은 21일 '2024년 지급결제보고서'를 통해 국내 가상작산 거래 현황과 규제 동향을 설명하면서 이 같은 방침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5개 가상자산거래소의 투자자는 지난해 7월 1672만명에서 1825만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보유금액(보유 가상자산 시가평가액)은 58조6000억원에서 104조1000억원,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조900억원에서 17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은은 "지난해 미국·홍콩 등의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유럽연합(EU)의 암호자산 규제법안(MiCA) 시행 등으로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상회했다"며 "특히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예치금, 가상자산 보유금액,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에 중앙은행 통화주권 ‘흔들’...한은 “별도 규제체계 필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 거래 현황. 한국은행 제공.
가상자산시장의 성장세에 지난해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위주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다. 같은 해 11월 출범한 가상자산위원회를 중심으로 2단계 입법 논의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은은 이 과정에서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확대,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 수립 등 가상자산 관련 주요 현안들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하게 발행·유통돼 법정통화를 대체하는 지급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통화정책,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 정책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어 별도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한 암호화폐로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지급수단적 특성을 갖는다. 한은은 향후 진행될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해 중앙은행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향에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병목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외부충격으로 스테이블코인 가치가 법정화폐 가치에 정확히 1대1로 연동되지 않고 가치가 축소되면 상환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며 "이때 발행기관이 예금을 대거 인출해서 대응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국채시장의 수요 기반을 제공한 부분이 있으나 충격이 발생할 경우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한은도 유사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실물화폐의 발행 중단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한은의 디지털화폐 테스트(프로젝트 한강)나 스테이블코인 논의를 두고 실물화폐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다"며 "디지털 지급수단은 전력과 통신이 끊기면 기능을 할 수가 없고, 정보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 등을 위해서도 실물화폐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지급수단을 사용할 때 언제라도 실물화폐로 바꿀 수 있다는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실물화폐를 발행하지 않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