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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푸르른 문수경기장으로 천연잔디 밑에 ‘냉수보일러’ 검토

폭염에도 푸르른 문수경기장으로 천연잔디 밑에 ‘냉수보일러’ 검토
2024년 폭염으로 인해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잔디가 고사해 맨 땅이 드러나 있다. fn DB
【파이낸셜뉴스 울산=
최수상 기자】 폭염으로 잔디가 말라죽으면서 AFC 챔피언스리그를 타 경기장에서 치르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과 관련해 울산시설공단이 울산문수축구경기장 잔디의 생존 전략을 새롭게 마련하고 있다. 주로 추운 계절 생장하는 한지형 잔디의 특성을 고려해 잔디구장 밑에 냉수를 흐르게 하는 시스템이 검토되고 있다.

21일 울산시설공단에 따르면 울산 HD FC 홈구장인 울산문수축구경기장 남쪽 골대 뒤편 15㎡에는 지난 3월 하순부터 이른바 '천연 잔디 그라운드 지원자동제어시스템' 도입을 위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우리나라보다 더운 나라의 축구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온수보일러를 이용한 우리나라 주택용 온돌난방 방식과 같지만 뜨거운 물이 아닌 냉수를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울산시설공단은 이번 테스트를 통해 폭염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이고, 잔디 생육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등을 약 1년 6개월~2년의 기간에 걸쳐 분석하게 된다.

울산문수축구경기장의 잔디는 지난 2019년 교체된 '켄터키 블루그래스' 종이다. 주로 3~6월에 생장하고 여름과 가을에 단단히 뿌리를 박는 한지형 잔디다. 기온이 32도를 넘어가면 잎부터 말라가다가 뿌리마저 힘을 잃어버린다. 이 때문에 한여름에는 그라운드 온도를 떨어트리기 위해 3대의 대형 송풍기를 가동하고 있지만 폭염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울산시설공단 관계자는 "냉수를 활용해 그라운드 온도를 낮추게 되면 잔디의 뿌리가 말라죽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도입 여부는 이 시스템이 적합한지 따져본 뒤 결정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문수축구경기장은 지난 2013년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주관해 축구 선수들이 최상의 상태에서 경기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한 경기장에 주는 '그린 스타디움 상'을 수상할 정도로 국내 최고의 잔디 컨디션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유례없는 폭염에 잔디가 고사하면서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엉망이 되고 경고까지 받는 수모를 당했다. 결국 이어진 주요 경기를 울산종합운동장으로 옮겨 치르기도 했다.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