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 묻히는 관례를 따르지 않고 로마에 있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 성모 대성당) 안에 소박하고 장식 없는 무덤을 만들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로마에 있는 4대 교황 대성전 중 하나이지만, 이곳에 안장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선종한 교황 265명 중 140명 이상이 관례대로 성베드로 대성당에 묻힌 반면, 산타 마리아 마조레에 묻힌 교황은 7명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에 산타 마리아 마조레에 안장된 교황은 1667년부터 1669년까지 교황을 지낸 클레멘스 9세로, 350년도 넘었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로마 양식의 4대 성전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4세기 중반 재위한 제36대 리베리오 교황이 꿈에서 "8월 5일 눈이 내리는 곳에 성당을 지으라"는 성모 마리아의 명령을 들은 뒤 에스퀼리노 언덕이 하얀 눈으로 덮이자 이곳에 건축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리베리오 대성당으로도 불린다. 매년 8월 5일 '눈의 기적'이라는 이 전설을 기리기 위해 하얀색 장미 꽃잎을 떨어뜨리는 특별 미사가 진행된다.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최초의 성당이자,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성당 가운데 가장 거대한 규모를 갖췄다. 베들레헴에서 가져온 성탄 구유의 나뭇조각이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는 바실리카 양식에 기초해 수 세기에 걸쳐 확장 및 개조가 이뤄지며 다양한 건축 양식이 조화를 이룬다. 중앙 회랑을 둘러싼 모자이크는 5세기쯤에 제작됐는데,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성경 장면들이 돋보인다.
성당의 천장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신대륙에서 수집된 금으로 덮여 있다. 대성전 내 바오로 경당에는 성 루카가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성모와 아기 예수를 묘사한 이콘 '로마 백성의 구원자'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종 전 산타 마리아 마조레와 매우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며 이곳에 안장되기를 요청해 왔다. 교황은 재임 기간 100회 이상 이곳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2023년 멕시코 TV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산타 마리아 마조레에 묻히고 싶다는 의사를 처음 밝혔다. 그는 "제 깊은 헌신 때문에 그곳에 안장되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집무실에 성화 '매듭을 푸는 성모 마리아'를 걸어둘 만큼 성모 마리아에 대한 깊은 신심을 드러내 왔다.
타임지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온유한 어머니일 뿐만 아니라, 강하고 용감한 신앙의 지도자이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03년부터 1914년까지 재임한 성 비오 10세 교황 이후 로마에서 공부하거나 교황청에서 일한 적이 없는 첫 교황이자, 역사상 최초의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기도 하다.
'로마의 이방인'인 만큼 역대 교황들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는 데도 무게가 실린다.
특히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과거부터 이민자와 가난한 이들이 거주했던 지역인 로마 에스퀼리노 언덕에 있다. 교황이 다른 성직자들과 함께 지내며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사도궁이 아닌 교황청 내 방문자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지냈던 것에 비춰보면, 마지막까지 이웃 곁에 남고 싶어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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