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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일 파월 때리기… 달러 가치 3년만에 ‘최저’

트럼프 "경기침체 온다면
관세 아닌 금리 안내린 탓"
미국·세계 경제 악화 우려에
투자자 미국채·달러화 내던져
뉴욕 증시 3대 지수 약 3% 폭락
안전자산 금 온스당 3500弗 돌파

트럼프, 연일 파월 때리기… 달러 가치 3년만에 ‘최저’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은행 환전소에 달러 거래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이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오후 4시 40분 기준으로 98.36을 기록해 2022년 3월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 가치는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하향세를 거듭했으며 21일(현지시간) 트럼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을 공개 압박하며 금리 인하를 촉구하자 더욱 추락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금융 시장이 요동쳤다.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각각 3% 안팎 폭락했고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온스당 3500달러를 돌파했다. 트럼프 취임 이후 투자자들이 미국채, 달러화, 주식을 내다 파는 가운데 미 중앙은행장 흔들기에 나서자 이탈은 더 강화됐다.

■트럼프 연준 흔들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파월 의장을 '대형 패배자(major looser)', '미스터 너무 늦은(Mr. Too Late)'이라고 부르며 파월에게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그는 파월이 지난주 시카고경제클럽 연설에서 관세정책을 비판하며 이로 인해 미 경제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 둔화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연준의 정책 목표를 어디에 둘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한 점을 물고 늘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에 인플레이션은 없다면서 에너지 등 일부 품목 가격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연준의 늑장 금리 인하가 경기침체를 몰고 올 수 있다면서 만약 경기침체가 오면 이는 자신의 관세 때문이 아니라 파월의 금리 인하가 늦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백악관 역시 파월을 무력화 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경제 보좌관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18일 밤 백악관이 현재 적법하게 파월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5월이 의장 임기 만기인 가운데 파월이 자진 사퇴 가능성을 일축한 터라 트럼프는 파월을 쫓아내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또 그를 해임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의장 역할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동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이너서클에서 논의되는 방안은 '그림자' 연준 의장을 내세워 파월의 발언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파월의 후임으로 유력하다고 시장이 판단하는 인물을 내세워 이 그림자 연준 의장을 통해 내년 5월 파월 임기 만료 전에 사실상 연준 통화정책 행보를 좌우하는 것이다. 이 그림자 연준 의장이 공개적으로 파월의 방침과 다른 발언을 하고, 이를 통해 연준 의장의 신뢰성을 효과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 또 내년 5월 의장이 교체되면 지금의 통화정책은 궤도가 수정될 것임을 시사해 연준 통화정책의 시장 영향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건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뒤흔들면서 연준의 독립성이 흔들리게 되면 미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 질서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달러 가치 하락, 금 가격 상승

관세 전쟁 등으로 달러의 신뢰도가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의 연준 흔들기가 지속되자 달러가치가 대폭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기 시작했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미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지수는 이날 97.92까지 추락했다. 이는 2022년 3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 지수는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해 한국시간 오후 2시 30분 기준으로 98.06을 기록했다. 달러 가치는 트럼프가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1월 20일 이후 급락세를 타고 있다. 이날 장중 최저가 97.92를 기준으로 트럼프 취임 뒤 10.45% 폭락했다. 특히 트럼프가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한 지난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달러 가치는 더 요동치고 있다. 2일 이후 낙폭만 6.1%에 이른다.

반면 22일 금 현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500달러를 찍었다.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장중 온스당 3500.1달러까지 올라 사상 처음으로 3500달러선을 넘어섰다. 전날 최초로 3400달러를 넘은 데 이어 연일 파죽지세로 치솟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한국시간 오후 3시 30분 기준 전장 대비 1.85% 오른 3487.4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올해 들어 33% 가까이 오른 상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