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임무를 수행했다고 러시아 군 수뇌부가 처음으로 북한 파병을 공식 시인했다. 다음 달 9일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북한과의 군사 혈맹을 재확인한 셈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23년 9월과 지난해 6월의 정상회담 및 북한의 파병 등을 계기로 군사동맹 관계를 과시해왔다.
26일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화상 회의를 통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으로부터 쿠르스크 해방 작전이 완료됐다고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북한의 파병을 처음 인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장비를 제공받고 훈련이 잘 돼 있는 등 가장 전투에 적합하고 최고의 준비와 장비를 갖춘 부대가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전체 전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쿠르스크 전투에 참여한 군인들에게 감사와 축하를 전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이 쿠르스크 해방에 참여했다고 특별히 언급하고 싶다"며 북한군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군 격파에 중요한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북한 군인과 장교들은 우크라이나 습격을 격퇴하는 동안 러시아군과 어깨를 나란히 해 전투 임무를 수행하면서 높은 전문성과 회복력, 용기, 영웅적 행동을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쿠르스크 전투에 북한 파병군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혀왔으나 러시아와 북한은 이를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밀착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일 조로(북러) 청년친선련환모임은 평양 청년중앙회관에서 만나 '전우' 관계를 확인하기도 했다.
북한측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 문철 등이 참석했고, 안톤 데미도프 조정이사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통일러시아청년근위대 대표단이 함께했다.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는데 일익을 담당했던 북한 파병군이 우크라이나 본토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본토에 자국군을 진입시킨다면 이는 핵 프로그램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을 끌어내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러시아의 기술 이전을 받아 개량한 최신형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활용중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는 러시아가 북한에 핵미사일 기술을 전수하고 있어, 세계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블라디마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9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선물한 아우루스 차량을 직접 몰고 있다. 조선중앙TV ,뉴시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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