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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유포됐다" 또래 협박한 10대 성착취범..."피해자 신속 구제해야"

장모·친조카 딥페이크 영상 제작한 일당도 구속
전문가들 "국가가 적극 손 내밀고 수요 처벌 강화해야"

"딥페이크 유포됐다" 또래 협박한 10대 성착취범..."피해자 신속 구제해야"
홍선주기자

[파이낸셜뉴스] 10대 초반 여학생들에게 성착취물 제작을 유도하는 등 가학적 범죄를 저지른 10대 고등학생 등 성착취범이 덜미를 잡혔다. 대규모 텔레그램 성착취방 '목사방' 등 디지털 성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 등 보완책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28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 제작 등), 강요, 공갈 등의 혐의를 받는 A군(17)을 구속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공범인 여성 B양(16) 등 3명도 경찰에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중학교 1학년생 등 10대 여성 피해자 19명을 상대로 성착취물 34개를 제작하고, 불법촬영물 81건과 딥페이크 등 허위영상물 1832개를 소지한 혐의를 받는다.

A군은 '판도라', '다이진' 등 텔레그램 닉네임을 사용하며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적 호기심을 드러내는 피해자들에게 접근, 성적인 대화를 하거나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되고 있다고 속여 텔레그램으로 유인했다. 이후 이름과 학교 등 개인정보와 사진 등을 가로챘다. 이렇게 확보한 노출사진 등을 가족과 지인 등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성착취물 제작을 요구했다. 아울러 더 높은 수위의 노출 사진 등을 강요하며 협박 강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금전을 갈취하거나 성관계를 시도하기도 했다.

피해자를 포섭해 또 다른 피해자를 구해오라고 지시하는 등 피해자들을 범행에 가담시키기도 했다. B씨 등 피해자 3명에게 "5명을 낚아 오면 해방시켜주겠다"고 요구해 피해자가 또 다른 가해자가 되도록 했다. 이같은 수법은 '목사방'을 운영하다 검거된 김녹완 범행과 유사한 형태로 분석된다. A군은 피해자가 다른 피해자를 유인하면 제3의 피해자인 척 접근해 자료를 넘겨야 한다고 속이는 등 1인 다역을 수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씨가 갖고 있던 불법촬영물과 허위영상물 일부는 성인 여성이 피해자였다. A군은 범행 이유에 대해 "성적 호기심"이었다며 "스스로 멈추지 못했고,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딥페이크 유포됐다" 또래 협박한 10대 성착취범..."피해자 신속 구제해야"
경찰이 제작한 일명 '판도라'의 범행 수법 그림.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성관계를 불법촬영해 수익을 올린 일당도 경찰에 붙잡혔다. C씨(33)와 D씨(28)는 지난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15개월간 피해 여성들의 성관계 장면 등을 1584회 불법촬영해 판매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D씨가 오피스텔에서 여성들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화재감지기로 둔갑한 몰래카메라로 촬영하면, C씨가 이를 유료 구독형 사이트에 업로드해 판매했다. 경찰은 이들이 2달여간 벌어들인 1300만원에 대해 추징보전을 마쳤다. 텔레그램에서 일명 '작가'로 활동한 50대 남성과 20대 남성 등 2명은 지난 2019년부터 6년여간 장모와 친조카, 직장동료의 부인과 여성 직장동료 등 피해자 182명의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해 소지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물 46개를 제작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경찰은 구글 등 딥러닝 모델에게 학습을 시켜 연예인 등 허위영상물을 제작·판매·유포·소지·시청한 사범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사이버 성폭력 범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지난해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8개월여간 이들을 포함해 총 222명의 사이버성폭력 사범을 검거하고 1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료 삭제와 차단 등 조치하고 서울디지털성폭력안심지원센터 등과 연계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제도적 개입과 함께 성착취물 소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피해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요청하면 국가가 신속히 구조할 수 있고, 비밀보장, 사후 지원 등을 포함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성착취 등 사이버 범죄는 전통 범죄에 비해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며 "범죄물 공급자 외에 소비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을 강화해야 범행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혜미 법률사무소 오페스 변호사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고 피해가 누적되는 경우가 있어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도 "성착취 피해가 발생하면 망설이지 말고 수사기관이나 상담 기관 등을 방문해 피해 사실을 알려달라"고 강조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