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삶의 질 개선 앞장서는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
저출생시대 복지정책 재조정 필요
일자리·주거·돌봄 불안감이 저출생 원인
결혼 늘며 합계 출산율 0.8명 이상 희망
노인연령 상향은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연금 고갈 불가피,기금 유지방안 찾아야
인구 문제 전담할 컨트롤타워 부처 필요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저출생·고령화의 파고에 맞춰 복지정책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차관은 "우리나라 복지 정책들이 경제 확장기에 만들어졌다"라며 연금개혁과 통합돌봄, 노인연령상향 등을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커다란 과제로 꼽았다. 보건복지부 제공
"연금개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27년 만에 보험료율이 인상됐고, 18년 만에 3차 연금개혁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절반의 개혁이다. 이번 개혁으로 연금고갈 시점은 2056년에서 최대 2071년까지 연장됐다. 15년을 번 사이 구조개혁을 통해 완성된 개혁으로 가야 한다. 청년들과 함께 4차, 5차 개혁을 해 나가야 한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저출생·고령화의 파고에 맞춰 복지정책도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대변혁 소용돌이에 우리나라 복지정책도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연금개혁, 통합돌봄, 노인연령 상향 등 현재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커다란 과제들이다.
이 차관은 "우리나라 복지정책들이 경제 확장기에 만들어졌다"며 "이렇게 복지를 뒷받침하려면 경제가 계속 발전해야 하는데 저출생에 세금을 낼 사람이 줄고, 고령화에 기대수명은 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저출생과 관련해서는 "60년대에는 한 해에 108만명씩 태어났는데 작년 출생아는 23만명에 그친다"며 "교직원이 학생보다 많은 학교가 300개에 달하고, 어린이집은 한 해 2000개가 문을 닫고 있다. 앞으로 중등, 고등, 대학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저출생·고령화에 맞게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연령 상향도 눈앞에 놓인 숙제다. 현행 노인연령 기준은 통상 65세인데, 최근 과거보다 수명이 연장되고 고령층의 신체적 건강도 개선되면서 이를 올려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이 차관은 "정부에서 나서서 하기보다는 대한노인회 등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올해 2월부터 대한노인회, 대한의학회 등과 유관 단체 등과 사회·과학적 근거 및 건강·고용 현황 분석 등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분들이 5월쯤 노인연령을 몇 세로 올리는 게 맞을지 제안문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인연령을 올리더라도 지금 혜택을 받는 노인은 계속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8년 만에 성공한 연금개혁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맥락이다. 현행 제도로는 연금재정 고갈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차관은 "3차 연금개혁은 지속가능성과 세대형평성 확보 요청도 함께 반영돼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면서도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사회적 합의를 이룬 개혁이지만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구조개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차관은 "이번 3차 개혁은 만능이 아니다"라며 "연금 기금소진 시점을 미뤘지만,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아직 미흡하다. 장기적으로 기금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는 1993년부터 6번의 개혁을 통해 재작년 연금재정이 마침내 흑자(2023년 기준)로 돌아섰다"며 "프랑스가 1993년 제도를 유지했다면 2030년 700억유로 적자가 됐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으로의 개혁에서 미래를 이끌 청년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이 차관은 "이번 개혁으로 청년분들이 연금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다"며 "이런 청년들의 다양한 의견과 에너지가 나머지 절반의 개혁을 완성시키는 좋은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
─3차 연금개혁이 완수됐다. 복지부에서 이끈 부분이 많았을 텐데 소회는.
▲지난 3월 20일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 모든 직원들에게 눈물이 글썽하고 가슴이 뭉클했던 순간이었다. 연금 개혁을 함께해 주신 국민 여러분, 법을 통과시켜주신 여야 국회의원님들, 그간 노력해주신 많은 전문가, 연구진, 관계부처 분들 모두가 한꺼번에 노력해준 덕분이다.
─연금개혁을 준비하며 30회 이상 간담회를 가졌다. 무안공항 사고, 경상권 산불 등 각종 재해 현장에도 빠지지 않고 나가신다.
▲현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에 가야만이 실황,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거기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알 수 있다. 이번 산불 현장에 나가보니 어르신들이 몸만 나오셨다. 가장 필요한 게 속옷과 세면도구, 밥차였다. 국민연금 납부 유예, 건강보험료 할인 등은 추후의 문제다. 현장에 나가지 않으면 마냥 탁상공론이 된다. 공무원들이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현장이 결국 가장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작년 합계출산율 0.75명으로 9년 만에 반등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까.
▲출산율 반등은 매우 기쁜 소식이다. 출산율 선행지표들이 올해도 좋다. 반등 추이가 올해 1~2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1~2월 출생아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08명 더 태어났다. 작년 결혼도 전년보다 14.9%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2월 혼인건수가 1년 전보다 14.3%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돼 0.8명을 넘었으면 하는 희망이다.
─저출생 극복, 현시점에서 필요한 정책은.
▲최근 청년·부부·양육자에 체감도 높은 정책을 발굴·시행한 것이 출산율 반등한 것에 일조했다. 여전히 일자리, 주거, 돌봄 등에 대한 불안감이 저출생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인구문제를 전담하는 강력한 컨트롤타워 부처를 신설하는 것도 이 시기에 꼭 필요한 과제라 생각한다.
─내년 통합돌봄지원법이 본격 시행된다. 국민들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노인인구가 1000만명이 넘었고, 특히 전 인구의 20%가 노인이다. 많은 노인이 빈곤, 질병, 외로움의 어려움을 겪는다.
누구라도 어려움을 겪는데 특히 질병에 대해서는 돌봄이 많이 필요하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집에 가서는 돌봄을 받고, 그다음에 돌아가시는 단계를 겪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이 단계에서 끊김이 있었다. 앞으로는 의료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그다음에 요양은 장기요양이나 재택치료센터에서 왕진을 해주고, 방문간호를 해주고, 그렇게 하다 상황이 나빠지면 장기요양시설에 갈 수 있는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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