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찬양하는 글 잇따라 울산시 공무원 내부 게시판에 올려
이성룡 의장 성공 필요. 울산시장과의 대화까지 공개하며 강조
집행부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의회의 기능을 곡해할 수도
울산시의회 의장비서실장이 최근 잇따라 울산시의회와 울산시 내부 게시판에 의장 찬양 성격의 글을 올리고 울산시의회 시의원들에게도 문자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울산시의회 의장실 입구 모습. fn DB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최근 울산시의회 이성룡 의장의 비서실장이 김두겸 울산시장과 나눈 대화를 공개하면서 지역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미묘한 해석이 가능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2일 울산시의회와 울산시 등에 따르면 논란이 된 글은 지난달 21일 임명된 울산시의회 의장비서실장 A씨가 같은 달 24일과 29일 잇따라 울산시의회와 울산시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69세의 퇴직 공무원인 A씨는 이성룡 울산시의회 의장의 고교 11년 선배로 한차례 채용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초대 울산시의회 전문위원실에서 근무한 A씨는 울산시 법제계장, 행정심판계장, 시의회 입법정책담당관 등을 지냈다.
이번에 다시 시의회에 들어온 뒤 의장을 찬양하는 글을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게시판에 잇따라 게재한 것이다. 매우 이례적이다 보니 조회 수가 급증하는 등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A씨는 8개월 넘게 파행을 겪은 울산시의회 의장 선출 과정을 의식한 듯 자신의 글을 통해 재투표로 선출된 이성룡 의장을 옹호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의장님이 재선출되어 의회는 지극히 바람직한 방향의 정상화로 진행되어 가고 있다"라며 "남은 의장의 임기는 '이성룡 2.0 시대'가 되어 탈바꿈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최근 의회 본회의에 참석한 김두겸 울산시장과 만남과 대화 내용까지도 공개했다.
A씨는 "의장실에 오신 김두겸 시장님을 뵐 수 있어서 인사드렸다"라며 "대화 중 시장님에게 '의장님이 성공하셔야 시장님도 성공합니다'라는 말을 했다"라고 짧게 적었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서로 '윈윈 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반대로 '의장이 성공 못하면 시장도 성공 못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앞서 후반기 울산시의회 의장 선출을 두고 국민의힘 울산시당 내 계파 싸움이 발생했고, 김 시장과 이 의장의 관계도 호의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이처럼 이성룡 의장 체제에 대한 강한 충성심을 드러냈다. 성경 구절을 인용하는 등 특정 종교까지 언급하며 공무원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특히 이러한 내용을 울산의회 시의원 개개인에게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시의장을 향한 낯 뜨거운 '용비어천가'라며 오히려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했다.
지역 여론은 A씨의 글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의회의 기능을 곡해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A씨는 뉴스1을 통해 “앞으로 함께 울산을 발전시켜 나갈 구성원들에게 남긴 개인적인 인사말이었다”라며 “그동안 1년 가까이 의회가 내부 사정으로 시민들께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만큼 앞으로 남은 1년은 두 배 더 노력해서 분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라고 해명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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