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지기 사법연수원 동기 정성호 민주당 의원 인터뷰
-"대법원 파기환송은 인생사 새옹지마..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국민이 평가하고 판단할 일, 주권이 선출한 대통령은 내란 외환죄 말고는 재판할 수 없어"
-"이재명은 험난한 인생사 겪어..강인한 사람으로 트럼프에 결코 쫄지 않을 것"
-이 후보식 실용주의 기조 핵심은 규제혁파, 투자 활성화를 통한 기업 성장 '방점'
-성남시장 시절 접견실 CCTV 설치, 각종 유혹 예방 일화 소개하기도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5선)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최고 '복심'이다.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정 의원은 전날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선고를 내린 것을 놓고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변수가 많아 섣불리 예측하거나 단정짓기 어렵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도 일반 삶도,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만큼 일희일비하지 말고 늘 낮은 자세로 가다보면 정상에 오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재명이란 사람이 대통령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선거에서)국민이 평가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법원이라도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내란 외환죄 탄핵이 아닌 방법으로 물러나게 할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대선 승리시 파기환송심이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결코 재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후보와는 38년지기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서로를 너무 잘안다. 그는 이 후보의 대통령 자질에 대해선 "강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당 대표를 거치면서 늘 사회적 약자를 생각해왔다. 국민들의 일상적 삶을 지키는 유능함에다 늘 공정과 정의를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일단 상대의 혼을 빼놓고 딜을 하는 트럼프식 외교통상 협상과 관련해서도 "이재명은 탁월한 기억력과 각종 경제지표 데이터를 정확히 숙지해 트럼프가 어떤 말과 데이터를 내놔도 결코 쫄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 의원이 원외 시절, 성남시장 집무실로 차 한 잔 하러 갔다가 온갖 유혹을 떨치기 위해 접견실 천장에 녹음이 되는 CC(폐쇄회로)TV를 이 후보가 손으로 가리키며 '말조심하라'고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 일답.
대담=정인홍 정치부장·부국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복심이자, 38년지기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대법원의 선거법 유죄취지 파기환송심 여파를 비롯해 이 후보의 실용주의 노선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평탄한 길이 없다. 대법원이 유죄취지의 파기환송 선고를 했는데.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사성어가 새옹지마다. 좋은 일이 있다가 나쁜 일이 있고, 나쁜 일이 있다가 좋은 일이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정상에 올라 가려면 골이 더 가팔라진다. 거기서는 더 조심해야 한다. 더 낮은 자세로 가야 한다. 정치 뿐 아니라 일반 삶도 그렇다. 늘 일희일비하지 말고 차분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 후보가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언급했다.
▲헌법 1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에게 있다'이다. 각자 갖고 있는 주권을 투표를 통해 대통령에 위임하는 것이다. 물론 사법부의 판결도 확정된 것이 아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권한은 국민이 가져야 한다. 국민이 평가하고 판단할 것이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이겨도 당선무효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법원에서 판사들이 자기 생각이 있다고 해도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탄핵이 아닌 방법으로 물러나게 할 방법은 없다. 내란 외환죄 아니고서는 소추를 못한다. 소추에는 재판도 포함된다. 그래야 직무가 안정된다. 헌법 84조 입법 취지가 그렇다. 여러 논리로 법률 전문가들이 이런 저런 해석을 내놓는데 헌법에서는 국민이 주권자를 선택한 것이고, 내란외환죄가 아니고서는 못 끌어내린다. 기본적인 국민 주권에 대해 반하는 것이다.
―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하나.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가장 자질을 갖고 있다. 대통령의 자질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 행정부 수반으로 국민의 일상과 삶을 지키고 국토를 수호해야 한다. 그러면 유능해야 한다. 이 후보는 그런 의미에서 국가를 경영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의지를 뒷받침할 만한 능력이 있다. 그 유능함은 이 후보가 기초자치단체인 성남,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 국회 민주당 대표를 하면서 검증됐다. 지금은 (국가가)내우외환으로 어렵다. 내적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힘들다. 외적으로는 트럼프 취임 이후 국제 무역 질서가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의 국익을 관철하고 국민의 삶을 지키려는 안목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데, 이 후보가 그렇다.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도 중요하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있을 때 늘 보여준 것은 공정과 정의다. 우리 사회에 대한 공정함,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 등 이 후보는 진정성이 있다.
―조기대선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12.3 비상계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군대를 동원해 국가질서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은 아무도 못한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 결국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의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됐다. 국민들은 분열되고 나라가 극심한 혼란에 휩쌓였다. 분열된 국가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을 해야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다. 국가 통합을 기본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민들의 일상이 회복돼야 한다. 통합과 성장, 회복이 민주당 대선 키워드다.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지켜봐 왔는데.
▲(1987년)사법연수원 때야 공부하기 바빴지만 (이 후보는)고집스러운 연수생이었다. 자기가 살아온 삶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약자를 위해 일해야겠다는 의지를 느꼈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을 할 때 성남시를 다른 시와는 다르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구도심에 사는 성남시민들은 삶의 질을 개선하고, 신도시 시민들은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었는데 결국 바꿨지 않나. 이 과정에서 시비를 걸어서 사법 리스크가 됐는데, 어떤 기초자치단체장도 하지 못한 시도를 했다. 민주당 지지가 굉장히 취약했던 분당에서조차 성과를 냈다. 이 후보가 일을 추진해 가는 방식이나 성과를 보면서 앞으로 큰 역할을 하겠다고 믿게 됐다.
―이 후보와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 된지 얼마 안됐을 때 우연히 성남시에 갈 일이 있었다. 차 한잔 하고 가라고 해서 성남시청으로 갔다. 접견실에서 오랜만에 만나서 옛날 이야기를 마음 편하게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한테 말을 조심하라고 하더라.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접견실에 녹음이 되는 CCTV를 설치했더라. 시장직을 하다보니 봉투를 내놓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 제 명에 못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CCTV를 설치했다고 했다. '부패지옥 청렴천국'을 화장실 앞에 써뒀다는 것 아닌가. 그런 사람이다.
―대선승리후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를 상대해야 할텐데.
▲이 후보는 강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다. 겁을 먹지 않고 소위 말하는 '쫄지 않는' 굉장히 강인한 사람이다. 한덕수 전 총리는 트럼프 기세에 눌려서 꼬리를 내릴 것이다. 이 후보가 그동안 얼마나 험난하게 살았나를 보면 어떤 강한 사람에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후보는 경제지표와 같은 수치에 매우 강하고 굉장히 암기력이 뛰어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없는 말도 과장하고 미국이 한국에서 미국이 돈 뜯어내고 있다고 지표를 이상하게 해석하기도 한다. 이런 협상에 웬만한 사람이라면 대답을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는 탁월한 기억력에다 각종 데이터도 숙지하고 있다. 반박할 것은 명확한 수치로 반박하고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 데 이 후보는 그런 자질이 충분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복심이자, 38년지기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5선)이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대법원의 선거법 유죄취지 파기환송심 여파를 비롯해 이 후보의 기업을 살리기 위한 실용주의 노선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금투세 폐지, 상법개정안, 반도체법 주52시간 제외 등에서 갈짓자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에 대해선.
▲금투세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시장 여론을 들어보니 현재 주식시장이 굉장히 나빴다. 원래 4000, 5000을 이야기하다 코스피 지수가 현재 2500 왔다갔다한다. (당시)금투세는 심리적 부담을 주는 조치로 이해했다. 금투세에 해당되는 대상자는 많지 않지만 사실 대상이 되는 고액투자자들이 중요하다. 큰 손들이 빠지면 개미들도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 이 후보가 직접 이같은 이유로 문제제기를 했고 뒤로 미루자고 한 것이다. 금투세는 제가 국회 기재위원장을 할 당시에 통과된 법이지만 시장상황 너무 위축돼있으니 아직 시행이 되지 않았음에도 일단 폐지하자고 했다. 법이 현실에 안맞으면 폐지하는 게 낫다고 본다. 나중에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폐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코 이 후보가 왔다갔다 한 게 아니다.
상법개정안 문제도 이 후보가 방향성을 바꾼 것이 아니다. 주식시장의 건전성이나 일부 대주주들의 횡포, 괜찮은 기업이 만들어지면 분할하면서 자기 이익만 취하고 소액투자자들만 손해보는 기업분할같은 그런 측면에서 기업 오너들의 잘못된 관행들에 대해 생각이 있었다. 이 법안도 처음에는 냈다가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한 것이다. 당에서도 동의했고 심지어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도 시행하는 것이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도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해서 부결됐다. 추후 법안을 보완해 소액투자자들이 안정감을 갖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 이건 우왕좌왕이 아니다. 반도체법에 주52시간 포함 문제도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에서 시행령만이라도 예외조항들이 있다. 이걸 넓혀주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이 후보가 아무런 원칙없이 한 것 아니다.
―재계는 여전히 이 후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윤석열 정권 3년간 계속된 수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장동 이슈는 성남시의 오랜 숙원이었다. 오랜 기간 방치돼 우범지역이었던 대장동 개발은 많은 찬사를 받았다. (무허가 시설이 난립한)수원 광교 계곡 문제도 체계적으로 정비했다. 실제 도지사 때 만난 대기업 관계자들은 다 좋아했다. 왜냐하면 기업인들은 관료들이 갖고 있는 규제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대해 잘 모르니 실무를 하는 관료들 입장에선 버티면 (규제혁신이)뭉개지게 된다. 하지만 이재명은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안다. 기업투자가 잘 되려면 규제 혁파가 중요하다.
―이재명의 실용주의 골격은.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면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예산도 지원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했을 때 얼마나 난리였나. 기업이 공장을 설립하려면 인·허가는 또 얼마나 복잡한가. 반면 중국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발전 속도가 엄청나다. 업계 이야기를 듣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속도감 있는 규제 혁파가 중요하다. 이 후보는 이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첨언하자면 일각에선 기본소득을 포기했다고 하는데 돈(세수)이 있어야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곳곳에서 세수가 펑크나는데 이럴 때도 기본소득을 하자고 한다면 포퓰리즘이다. 가장 먼저 세수를 늘려야 한다. 기업 성장이 먼저다. 그게 이재명식 실용주의다.
―지난 총선때 호남에서 비례대표 지지율이 조국혁신당에 밀렸는데 이 후보에 대한 반감 아닌가.
▲이 후보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보다는 호남에서 민주당 전통 지지자들이 조국 대표에 대한 안타까움, 동정심이 있었다. 조국 대표의 경우 죄가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이 비례에 맞아야 한다. 이 후보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다. 조국 대표와 가족들이 당했던 수사는 있을 수가 없는 행태였다. 윤석열 정권에서 조국 대표 수사는 가속하다고 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한 일가족을 몰살시키겠다는 식으로 했다. 물론 잘못이 있다고 치더라도 그런 정도의 잘못은 아니다. 비례의 원칙에 맞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조국 대표에 대한 인간적 연민이 있었다. 거기다 민주당은 다수당이자 집권당이라 아주 강하게 나갈 수 없었지만 조국당은 소수야당이니 세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전통적 지지자들이 지원을 해준 것이다. 이것이 이 후보에 대한 반감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출마의 변에서 한미 2+2 고위급회담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했다. 미국 관세 폭탄도 해결할 적임자라고 했는데.
▲한 예비후보가 스스로 외교통상 전문가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대통령 밑에서 눈치를 잘 본 보신적 관료주의의 전형이다. 무엇을 했나. 내놓을 것이 없다. 옛날 중국과의 마늘 협상 때 다 양보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국민으로부터 직접 권력을 위임받지 않은 권한대행이 자기가 협상 결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국익에 손실을 주는 양보를 했을까. 지금 모든 전략이 시간 끌기다. (한 예비후보가 본인이)내가 (대선에) 나갈 지 안나갈 지 모르지만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지도부가 (협상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해야 한다. 오히려 자기가 선거에 성과로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안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을 공개했는데, 트럼프가 공개했다면 모르겠지만 본인이 한 것은 외교적 결례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협상의 달인인가. 달인 중의 달인인데, 한 예비후보는 원칙이 없다.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도 권한대행이기 때문에 소극적 권한 밖에 못갖는다고 했다가 나중에 바뀌니까 대통령과 권한이 똑같다고 했다. 전형적인 상황론자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국익을 관철할 수 있나. 반면 이 후보는 경제에 탁월하다. 경제인이나 기업하시는 분이 이재명은 경제를 모를 것이라 하는데 시장의 흐름, 금융, 주식 공부도 많이 하고 누구보다 뛰어나다. 본인이 뛰어나야 한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성호 의원은?
▲만 62세 ▲대신고 ▲서울대 법대 ▲28회 사법시험 합격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국회 기재위원장 ▲17·19·20·21·22대 국회의원(5선, 경기 동두천시·양주시·연천군갑)▲이재명 후보 최측근 그룹 '7인회' 원조 멤버
정리=
syj@fnnews.com 서영준 성석우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