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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유명무실해진 시간선택제 공무원

[강남시선] 유명무실해진 시간선택제 공무원
김태경 전국부 부장
지난 2014년 도입된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어 관련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다수 인사부서에서 제도 폐지를 희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20년 이후 시선제 공무원 신규 채용도 중단된 상태다. 업무 연속성 저하, 인사 운영의 어려움, 전일제 공무원과 동일한 업무 수행으로 인한 불합리한 처우 등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일·가정 양립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현장의 만족도가 낮아 임용 포기나 퇴직이 속출했다. 일하는 시간이 짧으니 소득이 적을 수밖에 없고, 현장에서는 전일제 공무원과 비교해 복리후생 등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책임은 전무하다. 제도 도입은 거창했으나 마무리는 매끄럽지 못해 졸속 도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시선제 공무원 3000여명이 아직 공직사회에 존재하지만 사실상 이들에 대한 처우 등의 업무에서는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 폐지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중앙행정기관이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가직 시선제 공무원들의 일괄 채용은 중단됐지만 각 기관별로 일부 채용이 이뤄지고 있는 등 아직 상당수의 시선제 공무원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제도 폐지와 무관하게 이에 대한 관리와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시선제 노조가 지난 2월 243개 지자체 인사부서를 대상으로 '시선제 채용공무원 제도 운영 시 애로사항'을 물은 결과 220개 기관 중 152개(69.0%) 기관이 '짧은 근무시간'을 꼽았다.

그동안 지자체 인사부서는 별도의 시선제 채용공무원의 성과 평가, 현원, 보수, 수당 등을 별도로 관리해야 해 시간과 인력 낭비가 발생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짧은 근무시간으로 인한 업무공백 등으로 동료 직원에게도 부담을 주고, 대민서비스 질 저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사안으로 지적됐다.

시선제 공무원은 전일제보다 짧은 시간을 근무하고 있어 부서 배치나 업무 부여 등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최근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각종 제도가 마련돼 시선제 공무원의 계속 채용이 불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공무원 임용규칙' 제93조 제4항에 따르면 '인사혁신처장은 시선제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인사상 고충과 시간선택제 근무 장애 요인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부처에 개선 권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시선제 근무 장애 요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번도 실시한 적이 없다는 게 시선제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인사처는 주기적으로 운영 현황 점검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선제 채용공무원이 있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곳 중 7.7곳 꼴로 제도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나 결국 제도 폐지나 축소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공무원 노조와 이에 대한 논의를 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결국 남아 있는 시선제 공무원의 처리 문제가 쟁점이다. 노조는 전일제 공무원 전환과 더불어 시선제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공무원 증원 문제와 맞물려 쉽지 않다. 당초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 확보를 위해 도입된 시선제 공무원 제도가 이제는 불필요한 존재로 전락한 것이다.


제도 도입 초기 이런 문제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기됐지만 당시 일자리 확보라는 목표에 너무 치중해 성급하게 추진한 것이 화근이다. 제대로 된 검증과 분석 없이 도입하다 보니 도입 초기부터 전일제 공무원과의 보직·보수 등 형평성 시비가 일면서 시행 내내 역차별 제도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전일제 공무원이 시선제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시선제 채용공무원 제도를 두는 것은 중복운영과 형평성 문제를 낳고 있어 이참에 시선제 제도를 폐지하고 단일 체계로 통합해 운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