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

사춘기가 늦어도 당황하지 마세요... 지연된 2차 성징 이해하기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사춘기가 늦어도 당황하지 마세요... 지연된 2차 성징 이해하기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성조숙증도 아이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사춘기지연 또한 못지않게 고통스럽다. 다른 친구들은 외모가 점점 성숙해지는데 아이의 외모에 머물러 있는 것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보통 인구의 5%에서 나타나는데 여아보다 남아의 발생 비율이 훨씬 높다.

남아의 경우 13~14세까지 고환의 부피가 커지지 않고 음모, 변성기, 목젖 등의 발달이 보이지 않을 때 사춘기지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여아는 12~13세까지 유방과 음모에 발육의 기미가 보이지 않거나 15세까지 초경이 없을 때 의심해볼 수 있다. 왜소한 키, 신체의 기형적 성장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신체검사, 혈액검사, X레이 촬영을 통한 골연령 검사, 유전자 검사, 골반 초음파 촬영,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이 필요하다.

사춘기가 느린 아이들의 50% 이상은 체질적 증상일 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면 결국 사춘기가 시작되고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아이가 조바심을 낸다면 남아는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여아는 에스트로겐 알약이나 피부에 붙이는 에스트로겐 패치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단기간 치료를 진행하면 사춘기가 유도되어 자연스럽게 2차 성징이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시상하부나 뇌하수체의 이상으로 생식샘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이런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중추신경 종양, 뇌하수체 종양, 림프구성 뇌하수체염 등이다. 역시 남아는 테스토스테론, 여아는 에스트로겐 치료를 받는다. 사춘기 진행 양상을 보면서 투약 기간과 투약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사춘기지연 증상이 있는 아이들에게서 염색체 이상이 발견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여아에게는 터너 증후군Turner's syndrome, 남아에게는 클라인펠터 증후군이 있다.

터너 증후군은 X 염색체 두 개 중 하나에 부분적 또는 전체적 결함이 있을 때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키가 매우 작고 목과 어깨 사이에 물갈퀴처럼 피부가 두텁게 자리잡는 신체 기형이 생긴다. 난소 기능이 정상이 아니라서 생리를 하지 못하며 하더라도 조기폐경될 확률이 높다.

또 에스트로겐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 가슴이 정상으로 발달하지 못한다. 염색체 이상을 고칠 수는 없지만 에스트로겐 치료로 성장을 촉진하고 사춘기를 유도할 수 있다. 키 성장을 위해 성장호르몬 치료도 함께 받는 것이 좋다.

클라인펠터 증후군은 남아에게 두 개 이상의 X염색체가 있을 때 나타난다. 남자는 X염색체를 하나만 가져서 XY가 되어야 정상인데 클라인펠터 증후군은 XXY, XXXY, XXXXY 등으로 X 염색체가 1~3개 많다. 이로 인해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몸으로 자란다. 고환이 매우 작으며 여성형 유방을 가질 수 있다. 지적장애도 동반하는데 X염색체가 많을수록 더 심각하다. 염색체 이상을 고칠 수는 없지만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통해 남성적 외모를 발달시키고 지적장애도 완화할 수 있다.

칼만증후군도 사춘기지연을 일으킨다. 이것은 유전자 결함으로 시상하부에서 생식샘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 질환으로 유전을 통해 발병한다. 남성은 성기가 작고 발기가 어렵고 무정자증이 확률이 높다. 여성은 가슴이 잘 발달하지 않고 무월경증이 나타난다. 특이한 것은 후각이 아예 없거나 약하고 여성보다 남성에게 2배 정도 발생률이 높다. 생식기능을 정상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어느 정도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

사춘기는 평생에 단 한 번뿐이며 신체와 정신에 평생 지속되는 큰 변화를 남긴다. 아이의 성 발달에 문제가 발견된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일찍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할수록 아이의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사춘기가 늦어도 당황하지 마세요... 지연된 2차 성징 이해하기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