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정치부
제21대 대선이 이제 2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후보를 중심으로 현장 행보·정책 공약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단일화 길림길에서 헤매고 있는 국민의힘은 '반(反)이재명' 구호 외 뾰족한 선거 돌파구가 묘연해 보이기 때문이다.
거대야당의 무분별한 입법폭주는 지적해야 마땅한 지점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재명의 민주당은 안 된다'는 구호만으론 부족하다. 중도층으로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전직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중도층의 표심 향방이 선거의 운명을 가를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비중이 의미 있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민주당의 정권심판·내란종식론, 국민의힘의 거야심판·입법독재론처럼 양측의 극단적인 구호에 무관심한 중도층의 이해관계, 정치적·정책적 관심을 끌 수 있느냐가 표심을 가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후보가 일찌감치 '먹사니즘' '흑묘백묘론'과 같은 실용주의를 꺼내 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앞서도 구여권보다 주 4.5일제, 대통령실 세종 이전 등 이슈를 선점해 온 이 후보는 최근 농촌 기본소득과 같은 '기본 패키지', 노동자 중심의 휴가지원제 등을 꺼내들면서 정책의 선명성을 더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단일화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면서 주요 공약 발표마저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간 발표한 당 차원의 공약은 민주당 대비 선명성이 부족해 보이고,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후보 간 정책토론보다 탄핵 찬반과 같은 정치적 논쟁의 비중이 더 컸다. '친기업'이라는 큰 틀은 있지만, 그 속에 든 구체성은 뚜렷하지 않다. 구체적으로 재집권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어떤 좋은 정책을 계승하고, 어떤 부분을 보완할지도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정치적·이념적 논쟁보다 먹고사는 문제를 우선시하는 중도층이다. '부도덕한 범죄자는 안 된다'는 식으로 과거 행적을 따져묻는 것보다 차라리 과거 진보 정부를 겨냥한 '부동산 폭망론'과 같은 경제 실책을 부각시키는 것이 중도층엔 더 마음에 와닿지 않을까.
특히 현재 대내외 경제 상황의 엄중함에 대해선 양 교섭단체 모두 입을 모으고 있다. 그만큼 '내란' '독재'와 같은 극단적 표현 대신 국민을 어떻게 먹이고 살릴지에 대한 정책적 호소가 넘치는 대결이 되길 바란다.
jhyuk@fnnews.com 김준혁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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